'10승 투수' 이들은 왜 특정 팀에 강할까?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9.22 11: 38

22일 현재 올 시즌 10승 이상을 올린 투수는 총 13명이다. 16승으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민(25, KIA)을 비롯해 14승으로 2위를 달리고 있는 김선우(33, 두산), 그 뒤로 박현준(25, LG)과 장원준(26, 롯데)이 13승, 더스틴 니퍼트(30, 두산)가 12승을 거뒀다.
재미난 사실은 10승 투수들에게는 한 가지 흥미로운 공식이 있었다. 바로 특정팀에 강한 킬러 본능이다.
다승 1위 윤석민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16승을 거뒀다. 올 시즌 한화와 5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두산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6.00, 롯데전 1패 평균자책점 4.70과 비교된다.

니퍼트도 1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6피안타 2사사구 2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12승(6패)째를 거뒀다. LG전에서는 총 6차례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1.19로 짠물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니퍼트 역시 SK만 만나면 고전했다. 6경기에 등판해 2승2패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4.76으로 LG에 비해 4배 가까이 높다.
이 뿐이 아니다. 박현준도 올 시즌 13승 가운데 친정팀 SK를 상대로 3승이나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2.31이었으며, 두산을 상대로도 2승무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에서는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이 6.14였고, 한화전에서도 4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5.82로 저조했다.
김선우도 비슷하다. 김선우는 올 시즌 SK전에 5차례 선발 등판해 4승무패 평균자책점 3.00을 마크했다. 롯데를 상대로도 4승을 거뒀지만 넥센만 만나면 고전했다. 김선우는 넥센전에 3차례 등판했으나 1승1패, 평균자책점은 무려 5.29이나 됐다.
롯데 외국인투수 사도스키도 11승 가운데 두산과 삼성을 상대로 3승씩을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각각 2.49와 2.19를 기록했다. 그러나 LG와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는 2패 평균자책점도 7.15나 됐다.
10승 투수들의 너무나 다른 성적표. 그렇다면 이들은 왜 특정 팀에 유독 강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이어갈까. 10승 이상을 거둔 4명의 투수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어보자.
▲사도스키,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사도스키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첫 경기에서 잘 풀면 그것이 1년 동안 지속되는 것 같다. 지난해 난 LG에 강했다. 그런데 올해는 LG에 가장 약하다"고 말하면서 "시즌 첫 경기에서 LG 타자들에게 많이 맞았다.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도스키는 "반면 삼성에게는 지난해 별로 강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삼성과 경기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역시 시즌 첫 경기에서 좋은 투구 내용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사도스키는 또 "어떤 이들은 왜 결과가 좋은 팀에만 등판하냐고 묻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그 팀을 상대로 등판한 이유는 내가 그 경기에 등판하면 더욱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기에서 자신감이 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선우, "그 동안 SK에 너무 맞아서 그런가?"
SK만 만나면 잘 던지는 비결을 묻자 김선우는 "지난해까지 SK에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가"라고 반문한 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조금은 신기하다. 올해 SK를 상대로 4승이나 거뒀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경험에 비춰볼 때 꼭 그런 해가 있다. 강하다고 해서 강할 수 없고, 약하다고 해서 마냥 약할 수도 없다. 그게 게임이다"고 간단 명료하게 정의했다.
김선우는 또 경기 운영에서 심리적 변화도 SK전 호투에 한몫 했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예년에는 주자가 나가면 내 힘으로 어떻게든지 막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 꼭 실점했다. 그러나 올해는 줄 점수는 주자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야수를 믿고 더 빠른 승부를 가져간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현준, "문학 마운드가 가깝게 느껴져"
사도스키와 김선우에 이어 박현준의 대답은 더 재미있었다. 박현준은 "다른 팀은 모르겠고, 문학 SK전에서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일단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가깝게 느껴진다. 또 SK 때는 마운드에서 스스로도 산만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LG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현준은 또 "두산전은 정말 신기하다. 두산은 정말 껄끄러운 팀이다. 그런데 던지면 잘 던져진다.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 모두 최고의 타자들이다. 이들에게 꼭 안타를 맞고 점수를 줄 것 같은데 어떻게 어떻게 막는다"면서 "아마도 두산과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자신감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박현준도 "껄끄러웠던 팀도 있다. 특히 넥센 한화가 가장 어렵다. 원래 안 그랬는데 올해 이 둘을 만나면 고전하고 있다. 시즌 초에 분명히 안 맞았는데 내 투구 리듬이 떨어질 때 부진했던 것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한화는 모든 타자가 까다롭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니퍼트, "접근 방식은 모든 팀이 똑같은데…"
니퍼트도 LG만 만나면 신이 난다. 그러나 그는 "접근 방식은 똑같다. 난 항상 마운드에 올라 제구를 낮게 가져가려고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LG전 호투는 난 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사도스키의 말처럼 시즌 초에 좋은 기억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나처럼 한국무대에 낯선 이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렇지만 매 경기 상대팀과 타자들이 다르다. 그래서 순간순간 집중해서 던지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투수들이 특정 팀에 강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사도스키가 말한 시즌 첫 경기에서 투구내용, 박현준이 밝힌 특정 구장에서의 편안함, 김선우가 제시한 자연스러운 타이밍, 그리고 니퍼트가 말한 운까지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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