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트리플 크라운이 가시권이다. MVP도 한 번 노려볼 만하다.
KIA 에이스 윤석민(25)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다. 윤석민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4피안타 1사구 8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16승째를 따냈다. 올해 26경기 16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46 탈삼진 171개.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0.692) 등 투수 4개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남은 기간 큰 이변이 없다면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따놓은 당상이다.
일단 다승과 탈삼진은 확정적이다. 다승 2위 그룹 박현준(LG)·김선우(두산)가 13승으로 1위 윤석민과는 3승차가 난다. 여기에 탈삼진 부문도 2위 벤자민 주키치(LG·139개)를 무려 32개차로 멀찍이 따돌렸다. 관건은 평균자책점. 하지만 여전히 윤석민이 더 유리한 입장이다. 2위 두산 더스틴 니퍼트(2.74)가 13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2자책점으로 완투승했지만 평균자책점은 0.04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윤석민은 "솔직히 20승에 더 욕심났다. 그러나 이제 사실상 20승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토종 선발 20승은 지난 1999년 현대 정민태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KIA의 잔여경기가 9경기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20승보다 트리플 크라운이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면 자연스럽게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에도 도전 가능하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총 5차례 있었다. 선동렬 전 삼성 감독이 해태 시절이었던 1986년·1989~1991년 4차례나 달성한 바 있다. 이어 한화 류현진이 2006년 데뷔와 함께 트리플 크라운의 위업을 이뤘다. 이 가운데 1991년을 제외하면 트리플 크라운은 곧 시즌 MVP로 이어졌다. 1991년 선동렬을 꺾은 빙그레 장종훈은 당시 기준으로 한 시즌 최다 35홈런을 비롯해 최다안타·타점·득점·장타율 등 타격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전례를 비추어 볼 때 윤석민의 MVP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윤석민의 경쟁자로는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1위를 이끌고 있는 세이브 1위 오승환과 홈런 1위 최형우 그리고 타격·안타·타점 3개 부문 1위 롯데 이대호가 있다. 오승환이 마무리로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전문 마무리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최형우도 홈런 갯수가 30개를 넘지 못했고, 이대호는 여전히 대단하지만 MVP를 차지한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윤석민도 MVP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 성적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MVP에 대해 많이 기대할 것 같다"며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지금 이게 내 성적인가 싶고 얼떨떨하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도 자신의 성적표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 모습. 최대관건은 역시 평균자책점이다. 그는 "후반기 나올 때마다 2~3실점씩 했다. 더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제 시즌 막바지이기 때문에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야흐로 윤석민의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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