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능력으로 어떻게 저렇게 던질 수 있나 싶었죠".
한 때는 부산 고교야구를 대표하던 라이벌이자 선배의 부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MBC SPORTS+ 양상문(50) 해설위원이 14일 오전 향년 53세로 세상을 떠난 故 최동원 전 감독의 과거를 추억하며 슬픔에 잠겼다.
경남고의 '최동원'과 부산고의 '양상문'은 70년대 부산 고교야구를 대표하던 에이스 투수였다. 故 최 전 감독은 2학년 때인 1976년 경남고를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1977년 같은 대회에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를 상대로 9이닝 20탈삼진 완봉승을 거두며 부산지역 야구팬을 열광시켰다. 또한 양 위원은 좌완 투수로 강속구를 앞세워 1978년과 79년 부산고에 2년 연속 우승기를 안기며 부산 야구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양 위원은 14일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방송으로 소식을 접했다"면서 "마음에 준비를 하긴 했지만 그렇게도 본인이 회복 중이라 해서 혹시나 기대를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양 위원은 고인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동원이 형은 고등학교 당시 빠른 공도 좋았지만 커브 하나만큼은 최고였다"면서 "당시 부산에서 같이 야구할 때 그 형은 고등학생, 나는 중학생(양 위원이 故 최 전 감독의 2년 후배)이라 동원이 형 등판할 때 경기를 챙겨보러 갔었다"고 추억에 잠겼다.
양 위원이 고인에게 가장 놀랐던 것은 커브. 그는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동원이 형이 던진 커브가 오른쪽 타자 어깨 쪽으로 날아오다가 포수 미트 바깥쪽으로 꺾이더라"면서 "당시 같이 경기 보러 갔던 친구랑 한 말이 '야, 우리 고등학교 가면 저 볼 어떻게 치나'였을 정도로 뇌리에 박혔었다. 정말 인간의 능력으로 어떻게 저렇게 던지나 싶었다"고 기억했다.

1983년 故 최 전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 후 전설을 써 내려갔고 2년 뒤 양 위원이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양 위원은 故 최 전 감독과 같은 부산 출신에 안경을 쓴 강속구라는 점 때문에 후계자로 언급될 정도였다. 양 위원은 프로에 입단해 다시 만난 故 최 전 감독을 어떻게 봤을까.
양 위원은 "프로에 와서는 동원이 형이 무척 빠른 공을 던지니깐 강속구에 대한 부러움이 컸다"면서 "그 형은 빠른 볼을 갖고 있었기에 커브가 더욱 위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 사진으로 보면 몸이 왜소하게 나왔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몸이 좋았다"며 "몸이 저렇게 좋으니까 연투도 하고 그랬다. 나도 저런 몸을 갖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양 위원은 "얼마 전에 효조 형도 그렇게 되고… 참 슬픔밖에 없습니다. 두 분 모두 삼성과 롯데에서 트레이드 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이젠 두 분 모두 편안하게 쉬시길 바랄 뿐입니다"며 다시 한 번 두 레전드의 떠나는 길이 편안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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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일간스포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