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연, "故 (최)동원이형, (장)효조형이 불러서 가셨나…"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9.14 17: 40

"시즌 후에 술 한잔 하자고 했는데…."
그가 마운드에 서면 항상 마스크를 썼다. 폭포수 커브와 강철 직구를 온몸으로 받아냈기에 故 최동원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사무쳤다.
14일 문학 넥센전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한문연(50) SK 배터리 코치는 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애써 담담하게 떠올렸다. 우승을 차지한 1984년부터 최동원 전 감독이 삼성으로 이적한 1989년 전인 5년 동안 항상 배터리를 이뤘다. 커브를 잘 받아줘서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사인을 내면 싫다고 거부한 적이 거의 없었던 고마운 선배이자 형이었다.

한 코치는 지난 7월말 경남고-군산상고 레전드 매치 후 연락한 것이 마지막이라고 아쉬워했다. "그 때 보니 사람이 살이 다 빠져 말랐더라"는 한 코치는 "그래서 '형 괜찮아요?'라고 했더니 '괜찮다'라고 하더라. 그래 농담삼아 '형 위험한거 아니요?'라고 물어보니 또 '괜찮다'고 대답하더라"면서 "그래서 시즌 후에 옛날 이야기나 하며 술 한잔 하자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현역시절 최동원은 3년 후배 눈에도 대단했다. 한 코치는 "정말 그 사람은 강철이었다"면서 "현역 때 같이 몸을 풀면 내가 죽어났다. 100m짜리 토스를 20~30개씩 던지는데 참 내가 죽는거지"라고 회상했다. 또 "그 때는 지금처럼 중간, 마무리 개념이 없어서 이틀 쉬다 팀이 어려우면 또 던지고 던지고 했다"면서 "3~4회까지 선발이 나가 이기고 있으면 또 던졌다. 그래서 27승(1984년) 했던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1984년 한국시리즈 때 투수 최동원을 떠올리며 "볼이 정말 좋았지. 4차전까지 2승 2패였고 5차전에 동원이형이 나가서 졌다. 그런데 6차전에서 임호균이 잘 던져 또 이겼다"면서 "하루 쉬고 7차전 또 나가더라. 그 때 참 피곤해 하더라. 공 받는 내가 불쌍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구위는 안 떨어졌다"고 안스러움과 놀라움이 교차했던 당시를 기억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 당시 1-3으로 뒤진 6회 삼성 오대석에게 맞은 솔로포에 얽힌 사연도 털어놓았다. 한 코치는 "내가 몸쪽으로 넣자고 했는데 동원이형이 사인을 거부했다. 3번을 밀어붙여 결국 몸쪽으로 갔는데 홈런이 됐다. 대석이형이 워낙 잘쳤다. 그런데 동원이형이 오히려 날 '괜찮다'고 위로하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면서 "사실 몸쪽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동원이형이 워낙 좋았으니 직구, 슬라이더, 커브 이 3개 구종이면 충분했다"고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영화로까지 제작되는 1987년 해태 선동렬과 벌인 15회 연장 무승부(2-2)의 레전드 매치도 떠올렸다. 한 코치는 "그 때는 매스컴이 다 주목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그런데 다음 경기에 선동렬은 로테이션에 빠졌다. 동원이형은 나왔는데…"라며 최동원의 연투 능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한 코치는 "롯데 감독을 했어야 했다. 동원이형도 그런 마음이 분명 있었다"며 "어찌 그리 1주일만에 다 갔나. 효조형이 불러서 갔나보다"고 허탈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난 7일 故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의 별세에 대한 야구인의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이 더욱 절실하게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한 코치는 "오늘 경기 끝나면 빈소 가봐야지"라며 이날 경기를 위해 코치실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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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일간스포츠 제공.
 
<사진 아래>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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