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은 그를 잊지 않았다.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향년 53세로 별세한 14일. 각구장에는 추모 물결이 가득했다. 대전구장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최 전 감독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KIA 조범현 감독과 한화 한대화 감독은 현역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새겼다. 조 감독과 한 감독은 이구동성으로 최 전 감독이 최고의 투수라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강력한 직구와 함께 폭포수 커브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 감독은 "대학 선발 때 최동원 선배의 공을 한 번 받아본 것이 전부"라며 "볼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을 잡아도 공이 살아올라 미트가 밀릴 정도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한 감독도 "직구 하나만으로도 타자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직구도 그냥 직구가 아니라 슈트성으로 살아움직였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마지막 삼진을 잡은 것도 슈트성 직구였다"고 설명했다.

직구와 조화를 이룬 커브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았다. 조 감독은 "커브가 완전히 드롭성이었는데 떨어지는 스피드가 매우 빨랐다. 이후 그런 유형의 커브는 거의 보지 못했다. OB 시절 최일언의 커브가 괜찮았지만 스피드는 최동원 선배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한 감독도 "대학 때 첫 홈런을 최동원 선배에게 쳤지만 프로에서는 잘친 기억이 없다. 커브가 드르륵하고 떨어졌다. 낙차가 크고 브레이크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 감독의 최 전 감독의 최대 강점으로 스태미너를 강조했다. 한 감독은 "직구만 놓고 보면 오승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최동원 선배는 선발투수로 그 정도의 공을 계속 던졌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이다. 오승환은 1이닝 정도만 던지지 않나"라며 최 전 감독 위대함을 설명했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먼저 세상을 뜬 대투수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 감독은 "한참 후배들을 지도할 나이인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한 감독도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동지들이 하나 둘씩 떠난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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