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친구 (최)동원이, 도인같은 말만 하더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14 18: 31

"자기가 아픈 건 숨기고 내겐 도인같이 좋은 말만 해 줬는데…".
고교 졸업은 1년 빠르지만 동갑내기였던 친구가 하늘로 소풍을 떠난 날. SK 와이번스 이만수(53) 감독 대행은 마지막까지 강철과 같았던 친구 故 최동원 전 감독과 마지막 통화를 떠올리며 그를 기억했다.
故 최 전 감독은 14일 오전 지병인 대장암을 이기지 못하고 향년 5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라운드로 그토록 돌아오고 싶어 했던 레전드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지만 전국 4개 구장은 여전히 경기를 앞두고 훈련으로 분주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문학 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대행은 "지난 7월 경남고-군산상고 레전드 매치 때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 전화를 했었다"며 "복수가 찬 걸 보니 안좋아 보이는데 친구(故 최동원)는 계속 괜찮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동원이는 정말 자존심이 센 친구였다"면서 "주위 사람들이 투병한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만약 동생(최수원 심판위원)이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아픈 걸 알리면 혼내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 감독대행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던 건 병마와 싸우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던 고인의 모습. 이 감독대행은 "내가 감독대행이 되고 난 후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었다. 분명 내가 위로를 해 줄 상황인데 오히려 자기가 날 위로해 주더라"면서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꼭 도인같이 '스트레스 받지 마라'고 하더니 '우리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신나는 야구를 후배에게 전해주라'는 말을 했다"며 먼 곳을 응시했다.
자존심이 강했던 고인은 친한 친구에게 끝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감독대행은 "동원이가 몸이 안 좋아지고 나서 부인과 함께 강원도 산골에 들어갔었다"면서 "그때 '내가 찾아 갈테니 주소 좀 문자로 달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주소도 없는 산골이다. 내가 건강해져 너 보러 갈테니 그냥 오지마라'고 답했다. 자존심 강했던 동원이가 친구에게 모습을 보이기 싫었나보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통화였다"고 허탈해했다.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먼저 가니 힘드네…"라고 한 마디를 남기고 친구가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그라운드로 나갔다.
cleanupp@osen.co.kr
 
<아래 사진> 일간스포츠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