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클로저가 탄생하는 것일까. 벌써 3경기 연속 세이브다. '와일드씽' 엄정욱(30)이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서서히 안착해가고 있다. 더 이상 롤러코스트의 대명사 엄정욱은 없었다.
엄정욱은 1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8-7로 리드한 9회말 무사 1루에서 박희수로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초반부터 난타전으로 흘렀던 경기. SK가 앞서고 있었지만 8-7이라는 점수차는 누구에게도 안심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믿었던 좌완 핵심 불펜 박희수가 선두타자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동점주자마저 나간 순간이었다.
엄정욱은 이날 3회 투런포를 터뜨리며 시즌 10호 홈런을 친 박병호를 상대했다. 공격적인 투구로 볼카운트 2-0을 잡아낸 엄정욱은 3구째 높은 직구를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순식간에 2사 주자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 알드리지는 역시 이날 홈런포를 기록했다. 박병호에 이어 백투백 홈런포로 동점을 만들었던 알드리지였다. 그러나 엄정욱은 거침없이 볼을 내리 꽂았고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힘으로 넥센 중심타선을 돌려세운 것이다.
이로써 엄정욱은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이날 승리하면서 2위 롯데에 1경기차로 따라붙게 됐다. 포스트시즌 최소 진출 목표에 다시 한 발 다가선 것이었다. 또 이날 4번째 투수로 나온 이재영에게는 722일만의 승리투수 기쁨을 안겼다.
3경기 연속 세이브다. 지난 11일 9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올라와 ⅔이닝을 무안타 1삼진으로 무실점하며 4-3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 2005년 8월 16일 문학 롯데전 이후 2217일만의 세이브였다. 무려 6년 25일이 걸린 통산 3번째 세이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분간은 엄정욱에게 마무리를 맡길 것"이라던 이만수 감독대행의 말처럼 13일 문학 넥센전에도 등판했다. 1⅓이닝 동안 1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1개를 보태며 무실점, 6-3 승리를 무난하게 지켜냈다.
엄정욱은 경기 후 "마무리라고 의식하고 던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선발로 1이닝 던진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오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마무리라 부담을 갖지 않고 마운드 위에서 착실하게 1이닝 막는다는 생각으로 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롤러코스트로 불리며 안정감을 주지 못했던 엄정욱. 오히려 마무리 투수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과연 새로운 클로저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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