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폼이 많이 무너져 있어서 큰일이네요".
14일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를 앞둔 문학 구장. 경기 전 선수들의 타격 훈련을 지도하던 넥센 심재학(39) 타격 코치가 박병호를 두고 걱정어린 말을 꺼냈다.
박병호는 지난달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8월 한 달동안 타율 3할7리 6홈런 19타점을 쓸어 담으며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박병호는 홈런은 물론이고 안타마저 나오지 않는 타격부진에 빠져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병호는 27타석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좀처럼 타격 감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넥센 김시진(53) 감독은 "마음껏 휘두르라"고 주문했지만 계속되는 부진에 박병호의 스윙은 자신감을 잃어갔다.

4번 타자의 타격 침체가 길어지자 심 코치는 박병호를 위해 조금은 다른 방법의 훈련을 고안해냈다. 바로 토스 배팅을 치기 좋게 앞에서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뒤에서 마치 포수가 공을 슬쩍 건네듯 뒤에서 던져 그 공을 타격하는 훈련이다. 바로 머리 뒤에서 공이 날아오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쉽지 않은 훈련.

심 코치는 박병호의 최근 부진에 대해 "아무래도 다른 팀에서 견제도 들어오겠지만 병호의 타격 폼이 많이 무너져 있다"면서 "특히 한 달 넘게 붙박이 4번 타자로 나선 경험이 없었기에 체력적인 문제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병호는 동계 훈련동안 입에 단내가 나도록 강훈련을 시켜 내년엔 정말 대단한 거포로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심 코치는 타격 훈련때 소화한 '뒤에서 날아오는 공 타격하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요즘 병호가 선구안이 무너지면서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앞에서 무작정 방망이가 나간다"면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 낸 훈련"이라고 소개했다. 원리는 이렇다. 앞에서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은 어떤 궤적으로 올 지 짐작이 가능하기에 준비했다가 타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뒤에서 날아오는 공을 치기 위해선 그 어떠한 예측도 통하지 않는다. 언제 공이 어떤 방향으로 날아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타자가 그 공을 치기 위해선 시야에 공이 나타난 순간부터 끝까지 공을 따라가 집중력을 발휘해 타격을 해야 한다.
박병호는 처음 훈련을 할 때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스윙한 공이 빗맞기 일쑤였지만 나중엔 심 코치가 던져주는 공에 타이밍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 코치의 과외 효과가 나타난 것이었을까. 박병호는 이날 경기에서 최근 침묵을 깨트리는 귀중한 대포를 쏘아 올렸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나간 박병호는 2-5로 뒤진 3회 1사 1루의 기회를 맞았다. 마운드에는 SK 선발 윤희상. 박병호는 윤희상의 140km짜리 직구를 끝까지 지켜본 뒤 힘껏 밀어쳤다. 박병호의 온 힘을 방망이를 통해 전달받은 백구는 새까만 문학 하늘을 가로질러 SK 중견수 김강민의 머리 위를 살짝 넘기고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박병호의 시즌 10호 홈런이자 2005년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 달성의 순간이었다. 또한 박병호는 최근 28타석의 침묵을 깨트리는 귀중한 홈런포로 자축했다.
박병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5-5로 맞선 4회 2사 1,2루에서 3루수 쪽 내야 안타를 기록했다. 1일 잠실 두산전 3안타 이후 13일 만에 나온 멀티히트 경기. 거기에 3루수 박진만의 송구 실책이 겹치며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넥센은 7회 박정권의 동점 3루타와 이호준의 역전 2루타로 인해 7-8로 경기를 내 주고 말았다. 더불어 박병호의 홈런포도 빛이 바래고 말았다.
혹자는 최근 부진했던 박병호를 두고 '아름다운 일주일'이 지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병호는 지금도 넥센 코치들의 지도 속에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 박병호는 심 코와치의 특별 과외를 통해 최근 부진을 떨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내년 거포로의 연착륙. 박병호가 겨울 동안 심 코치와 함께 얼마나 단점을 보완해 돌아올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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