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전환도 검토해 볼만하다".
KIA 2년차 좌완 투수 심동섭(20)이 내년 시즌 선발 기용이 검토될 전망이다. KIA 조범현 감독은 심동섭에 대해 "내년에는 선발진 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좋을 때 공을 던지는 것을 보면 선발로도 10승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작년보다 볼 스피드가 많이 붙었다. 제구가 되는 날에는 쉽게 치지 못하는 공"이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당장 올 시즌을 마치면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해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KIA에 지명받은 심동섭은 185cm 큰 키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데뷔 첫 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허리 통증으로 조기귀국하는 등 시작이 꼬였다. 결국 지난해에는 1군에서 5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6.75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부상없이 스프링캠프를 온전하게 소화한 올해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패전처리로 시즌을 시작한 심동섭은 추격조·롱릴리프에서 셋업맨·필승조·마무리 등으로 점차 중요한 상황에서 나오는 투수가 됐다. 올해 53경기에서 3승1패2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10. 특히 8월 이후 14경기에서 1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04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17⅓이닝 동안 탈삼진 19개나 기록할 정도로 매우 위력적인 피칭.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나날이 위력을 떨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6회부터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한 심동섭은 2⅓이닝 동안 7타자를 상대로 안타와 사사구없이 탈삼진 6개로 무실점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조범현 감독은 "그날처럼 제구되면 얼마나 좋은가. 아직 제구가 들쭉날쭉한 것이 아쉽다. 제구를 보완하고, 구종을 늘리면 선발로도 쓸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올해 49⅓이닝 동안 사사구 31개를 내준 심동섭은 9이닝당 사사구가 5.66개로 많은 편이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정면승부할 줄 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된다. 조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무조건 포수 사인대로 씩씩하게 던진다"며 심동섭의 투구 스타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의 광주일고 2년 선배가 되는 한화 장민제도 "동섭이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다. 맞더라도 자기 공을 막 던지는 스타일"이라고 증언했다. 심동섭은 "마운드에서 유명한 타자든 그렇지 않은 타자든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던진다"고 했다.
KIA는 외국인투수 아퀼리노 로페즈, 트레비스 블랙클리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투수가 윤석민과 서재응밖에 없다. 풀타임 선발 3년째를 맞이한 좌완 양현종은 올해 제구난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석민도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서재응도 우리나이 서른다섯 베테랑이다. 투수왕국이라지만 의외로 젊은 유망주가 없는 게 KIA의 현실. 올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심동섭이 과연 내년 시즌 KIA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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