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정말 기대된다".
한화 '명품수비' 한상훈(31)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한상훈은 지난 14일 대전 KIA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3루타 2개를 몰아치는 등 5타수 4안타 5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쳤다. 이날 포함 한상훈의 올 시즌 성적은 116경기 348타수 91안타 타율 2할6푼1리 2홈런 34타점 14도루 44볼넷. 모든 기록에서 데뷔 후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실책은 6개밖에 되지 않는다. 커리어 하이 시즌인 것이다.
지난 2년간 공익근무로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던 한상훈이지만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이다. 그는 "요즘 몸이 많이 지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피곤한 건 아닌데 방망이가 잘 안 맞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며 "감독·코치님께서 피로조절을 많이 해주신 덕분이다. 그렇다고 만족은 절대 없다. 선수가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잔여 15경기가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올해 그는 팀의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27개의 희생번트가 이를 증명한다. 한상훈은 "다른 건 몰라도 희생번트 1위는 꼭 하고 싶다.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희생번트나 히트앤드런 같은 작전 수행을 성공시킬 때 희열을 느낀다. 2번 타순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팀을 위해 진루타를 치려고 노력한다. 희생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했을 때 더 화난다. 작전 수행도 결국에는 연습"이라고 힘줘 말했다.
보이지 않는 역할도 한다. 팀 리빌딩과 함께 어느덧 중고참의 위치가 된 한상훈은 여전한 허슬플레이와 파이팅으로 선후배들의 가교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선배들이 많았지만 군에서 돌아온 후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다. 어린 선수들이 심리적인 부담을 떨칠 수 있게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심어주려 한다. 선배들은 올려주고 후배들은 끌어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어느 조직이든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한 법이다.
한상훈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주목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바깥에서 팀을 바라볼 때 많이 안타까웠다. 올해도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5월 이후 우리는 더 이상 만만한 팀이 아니다. 팬들도 재미있어하고 그 팀에 내가 뛰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할 뿐이다. 어린 선수들도 앞으로 많이 성장할 것이고, 더 좋은 내년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기대된다. 인생사 새옹지마 아닌가"라며 내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한상훈은 스스로 드러내기보다 선후배들이 더 빛나기를 바라는 헌신적인 선수. 윤활유 같은 선수가 있어야 팀이 잘 돌아가는 법이다. 올해 한화가 달라진 데에는 이 같은 한상훈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어떤 역할이든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면 된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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