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세출의 투수' 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최 전 감독의 마지막 직장 한화가 전설의 마지막 길을 지키며 넋을 기렸기 때문이었다.
대장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최 전 감독은 지난 14일 오전 2시 눈을 감았다. 최 전 감독의 부음을 접한 한화 구단은 곧장 장례지원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노재덕 단장의 지시 아래 정은욱 홍보팀 과장을 비롯한 서울사무소 직원들을 최 전 감독의 빈소가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급파했다.
이들은 최 전 감독의 빈소를 지키며 경황이 없을 유가족들을 도왔다. 뿐만 아니라 구단 모기업 본사에 협조를 요청해 조문객 맞이용 식기류 등 장례일품을 일체 지원했다. 최 전 감독하면 롯데 이미지가 강하지만 마지막 직장인 한화에서도 그를 잊지 않고 마지막까지 의리를 보인 것이다.

최 전 감독은 지난 2001년 처음 한화 투수코치로 현장에 복귀하며 인연을 맺었다. 1년 만에 재계약 실패로 팀을 떠난 최 전 감독이었지만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2005년 투수코치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2008년까지 4년간 투수코치와 2군 감독으로 한화에서 활약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은 잊지 않는다는 게 한화 그룹의 핵심가치. 한화 그룹의 사훈이 바로 신용과 의리다.
한화 선수들도 그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다. 지난 2006년 신인 시절 투수코치로 첫 인연을 맺은 류현진은 "팀에 계시면서 선수들에게 친근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는데 갑작스런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며 침통해 했다. 2군에서 프로 초창기 힘든 시절을 최 전 감독과 함께 한 김혁민도 "특별한 애정으로 많이 지도해주셨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애달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는 예부터 한 번 맺은 인연은 잊지 않았다. 지난 1999년 유승안 당시 코치의 부인이 급성 백혈병으로 입원하자 구단에서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2003년에는 한화 출신 故 진정필 코치가 백혈병으로 투병하자 골수 이식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당시 진 코치는 한화 소속이 아니었지만 그동안 함께 한 정을 소중히 생각했다.
최 전 감독도 한화에 몸담은 기간은 5년이었으나 여전히 그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다. 한화 구단도 전설에 대한 예우를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선수생활을 함께 하지 않았지만 지도자로 한화에 몸 담으신 분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에게 구단차원에서 최대한 예우를 갖춰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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