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자존심을 건 도전이다.
한화 4번타자 최진행(26)이 9월 가을을 맞아 대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진행은 지난 14일 대전 KIA전에서 트레비스 블랙클리의 5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143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시원하게 잡아당겼다.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20m 투런포. 시즌 16호 홈런으로 9월에만 11경기에서 홈런 3방을 터뜨렸다. 어느덧 2년 연속 20홈런도 가시권. 풀타임 주전 첫 해였던 지난해 최진행은 32홈런을 쳤다.
4월 홈런 3개를 가동한 최진행은 5월에만 7개를 몰아치며 홈런레이스를 이끌었다. 그러나 6월 2홈런에 그치더니 7월에도 고작 하나를 넘기는데 그쳤다. 8월 19경기에서는 아예 홈런이 없었다. 6~8월 53경기에서 3홈런. 허리 통증과 컨디션 난조로 최진행 특유의 대포가 터지지 않았다. 잘 맞은 홈런성 타구가 아깝게 폴대 밖으로 빗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좀처럼 운이 따르지 않았고, 그의 홈런 시계는 한동안 멈춰서야 했다.

하지만 9월부터 대포가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대전 넥센전에서 46일 만에 후반기 첫홈런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10일 문학 SK전에서 홈런을 재가동했다. 그리고 3경기 만에 다시 홈런. 시즌 16호 홈런으로 한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대포를 치고 있다. 리그 전체로 넓혀도 공동 7위. 오랜기간 대포가 침묵했지만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이 줄어든 투고타저 시즌이라 여전히 순위권이다. 이제 관건은 20홈런으로 넘어간다.
한화는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2년 연속 20홈런 타자를 배출했다. 1999년 로마이어(45개)·데이비스(30개)·장종훈(27개)·송지만(22개)을 시작으로 2000년 송지만(32개)·장종훈(28개)·이영우(25개)·데이비스(22개), 2001년 데이비스(30개)·송지만(22개)·김태균(20개), 2002년 송지만(38개)·이영우(24개)·데이비스(21개), 2003년 김태균(31개), 2004년 김태균(23개)·이범호(23개), 2005년 이범호(26개)·데이비스(24개)·이도형(22개), 2006년 데이비스(21개)·이범호(20개), 2007년 크루즈(22개)·김태균(21개)·이범호(21개), 2008년 김태균(31개)·김태완(23개)·클락(22개), 2009년 이범호(25개)·김태완(23개), 2010년 최진행(32개)이 20홈런 타자 명맥을 이었다.
12년 연속 20홈런 타자를 배출한 팀으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가 전신 태평양 시절인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2년 연속으로 기록한 바 있다. 그 다음으로 삼성이 기록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1년 연속. 올해 최진행이 20홈런 고지를 밟는다면 한화는 13년 연속 20홈런 타자 배출이라는 신기록을 잇게 된다. 예부터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꾸준하게 거포를 배출한 팀이 한화다.
한동안 홈런포가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을 한 최진행은 "잘 맞은 게 파울 홈런으로 이어져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요즘은 운이 좀 따르는 것 같다"며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20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 노력해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는 잔여 15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최진행은 20홈런까지 4개가 모자라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팀 선배 한상훈은 "진행이는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 우리팀 4번타자 아닌가"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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