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뒤집히면 못 일어나겠다 싶더라".
15일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청주 구장. 원정 덕아웃에서 만난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지난 9일 문학 SK전 충격적인 대역전패에 대해 "큰 경기를 앞두고 좋은 약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9일 문학 SK전에서 8회까지 8-1로 크게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8회 안치용에 투런포를 얻어맞은데 이어 9회 김강민의 스리런과 박진만의 동점타에 결국 8-8 동점을 허용했다. 롯데는 연장 10회 손아섭의 솔로포로 다시 앞서갔지만 결국 김강민에 또 다시 2타점 역전 끝내기를 두들겨 맞아 9-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양 감독은 충격적인 역전패에 대해 "선수들에겐 단순한 1패니 흔들리지 말고 평소와 똑같이 하자고 주문했다"면서 "하지만 바로 다음 날(10일 사직 넥센전) 6-3으로 이기고 있다가 또 6-6으로 따라잡히자 '여기서도 뒤집히면 못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그 경기는 잡았다"며 웃었다.
양 감독은 "9일 경기에서 8-1로 앞서고 있던 무사 만루에서 확 달아났어야 했다"면서 "이기고 있을 때 마음을 놓지 않고 확실하게 경기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중에 이런 경기도 해 봤으니 큰 경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결코 방심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함께 있던 KBSN 이용철 해설위원도 양 감독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거들었다. 이 해설위원은 1988년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에서 투수로 데뷔해 1990년 LG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본 바 있다. 그는 "예전 1990년 LG 트윈스가 첫 우승할 때 백인천 감독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면서 "당시 LG는 한국시리즈서 삼성과 만나 1차전 부터 3연승을 거둬 선수들이 조금은 방심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인천 감독은 "큰 경기에선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3승 했다고 마음 놓는 건 안될 일"이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결국 LG는 4차전까지 잡아내며 4연승으로 창단 첫 해 우승을 차지했다.
너무나 많이 쓰여서 식상할지 모르는 말, 바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에선 진리와도 같다. 충격적인 역전패는 단 한번이면 족하다. 순위 경쟁 팀에 '뼈아픈 예방 주사'를 맞은 양 감독의 가을 야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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