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공을 던지다 꽤 오랜 시간 경기 중단을 맞을 경우 투구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흔히 말하는 '어깨가 식는' 현상이 나와 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 브랜든 나이트(36. 넥센 히어로즈)는 그에 아랑곳 없이 자기 공을 던졌다.
나이트는 15일 목동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경기 도중 1시간 18분 동안의 정전 여파를 딛고 7이닝 5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1개) 1실점 호투로 시즌 7승(13패, 15일 현재)째를 따냈다. 팀은 7-3으로 승리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한국전력공사의 지방 순환 정전으로 인해 오후 6시 44분경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되었다. 7시 33분부터 다시 전력이 순차적으로 공급되기는 했으나 공식 경기 개시 시각은 7시 51분이었다. 1시간 7분의 극간. 투수가 감을 잃어 부진해도 할 말이 없는 공백이다.
상대 선발 김상현은 그로 인해 감을 잃고 2이닝 3실점으로 패전 멍에를 썼다. 그러나 나이트는 그에 아랑곳없이 자기 공을 씽씽 던졌다. 최고 149km의 직구는 물론 143km에 이르는 싱킹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를 조합해 두산 타선을 6회까지 무득점으로 막아냈다.
경기 후 나이트는 "1회를 던지고 1시간 이상을 쉬고 던졌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쉬는 공백이 길어 걱정했는데 이 걱정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며 "두산에는 좋은 좌타자가 많아 신중한 상대가 필요한데 몸쪽 승부가 들어맞았다"라는 말로 자신의 호투를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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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목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