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들어설 뻔 한' 고든, "김강민이 날 살렸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9.16 07: 05

SK 와이번스 외국인투수 브라이언 고든(33)은 투수다. 한국무대 진출 후 불과 10경기만에 5승2패 평균자책점 3.36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든은 지난 2007년 투수로 전향하기 전까지 타자였다. 지난 1997년 미국프로야구(MLB) 신인드래프트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7라운드 지명을 받은 고든은 10년 동안 타자로 매 경기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배트를 내려 놓은 지 5년째 된 고든. 그런데 고든은 지난 9일 문학 롯데전 연장 10회 덕아웃에서 갑자기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당시 SK는 9회에 대거 5득점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10회 1실점하며 8-9로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야수들이 대부분 교체되면서 어려움이 있자 이만수 감독대행은 고든을 대타로 기용하려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고든은 "몇몇 코치들이 나에게 와서 빨리 스파이크 갈아 신고 몸을 풀라고 했다. 엉겁결에 스파이크를 신고 배트를 휘둘렀다. "나도 타석에 서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조금은 당황스러워서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너무 오랜만이었기에 좋은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내 앞에서 김강민이 끝내기 안타를 쳤다. 어떤 친구가 나에게 '네가 끝내기 안타를 칠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 '전혀 그렇지 않다. 김강민이 쳐서 너무 기쁘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고든은 또 자신을 가리켜 "난 타자로서 내 재능이 다했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타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투수를 좋아해 야구를 그만 두기 전에 꼭 투수가 되고 싶었다. 당시 난 28살이어서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스스로 투수가 되겠다는 결정을 해서 지금 한국에 까지 오게 됐다"며 웃었다.
애써 자신은 좋은 타자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고든은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트리플A에서 22홈런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이너리그 통산 1206경기에 출장해 4161타석 3810타수 1046안타 119홈런 590타점 580득점이라는 특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주 타석에 들어설 뻔 했다.
고든은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몸을 풀고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런데 투수로서 내 능력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타자 고든이 아닌, 투수 고든이 될 계획을 세웠다.
고든은 16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한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2경기에 등판 1승1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오늘도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타석에도 쉽게 들어오가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agass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