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한 번은 감독 하고 싶어 했는데…".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먼저 하늘로 떠난 동료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시진 감독은 15일 밤 11시 30분쯤 두산 베어스와의 목동구장 홈경기를 마친 뒤 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감독은 빈소 입구까지 마중나온 고인의 어머니 김정자 씨와 한참을 감싸안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최)동원이 좀 만나겠다"며 빈소로 들어간 김 감독은 영정에 헌화한 후 먼저 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김 감독은 "동원이와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야구를 했기 때문에 잘 아는 사이"라며 "정말 답답해서 할말이 없다"고 동갑내기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토로했다.
김 감독과 고인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구상고(현 대구 상원고)-경남고의 에이스로 이름을 알렸다. 이어 대학교(김시진-한양대, 최동원-연세대)는 다르지만 77학번 동기가 된 두 사람은 70년대 후반 아마추어 야구 시절 대표팀에 자주 함께 출전하며 우정을 쌓았다.

프로야구에 입단한 뒤 고인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두며 롯데 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끌고 '롯데의 에이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 감독 또한 프로야구 역대 최초의 100승 투수가 되었으나 전성 시절 삼성에 김일융 등 다른 걸출한 투수가 많아 고인에 비해 비교적 덜 주목받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김 감독은 1993년 태평양 돌핀스 코치를 시작으로 현대 피닉스 코치, 현대 유니콘스 투수코치, 감독을 거쳐 현재 넥센 감독 자리에 오르며 훌륭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고인은 한화 이글스에서 투수코치와 2군 감독으로만 잠시 몸 담았을 뿐 지도자로서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김시진 감독도 지도자의 꿈을 다 이루지 못한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그 친구가 감독을 한 번은 해보고 싶다고 말하곤 했었다"면서 "(고인이) 못 이룬 감독 꿈을 하늘에서는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영정에 헌화한 뒤에도 새벽 1시까지 지인들과 함께 고인에 대한 예전 추억들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이나 빈소를 지켰다.
선수 생활과 지도자 생활에 있어 희비가 엇갈린 두 동갑내기 선수. 그러나 모든 것을 떠나 어렸을 때 함께 고생하며 쌓은 두터운 우정은 한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은 이의 애절한 마음을 가눌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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