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5타석'으로 증명된 양승호 감독의 다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16 07: 01

"역전패, 우리에겐 약이 됐겠지".
14일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청주구장.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씁쓸한 표정으로 9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을 되새겼다. 그날 경기에서 롯데는 8회 초까지 8-1로 앞서갔지만 8회 말 2점, 9회 말 5점을 허용하며 연장전으로 끌려갔고 결국 연장 10회 말 김강민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아 9-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짜릿한 역전승 이후 SK는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최근 부진에서 탈출, 2위 롯데를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만약 롯데가 9일 경기를 잡았다면 SK와 2경기 앞선 2위를 유지해 플레이오프 직행에 한층 유리한 입장이었을 터.
양 감독은 "그래도 페넌트레이스에서 그런 역전패를 당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분명 큰 경기를 앞둔 우리에겐 약이 될 경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큰 점수차로 앞서도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리고 이날 한화와의 경기에서 양 감독은 이대호의 기용으로 자신의 말을 지켰다.

이대호는 이날 1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리며 여전힌 타점 감각을 뽐냈다. 1회 1사 2루 첫 타석에선 한화 선발 김혁민의 초구를 가볍게 받아쳐 결승 선취타점을 올렸고 7회 네 번째 타석에선 선두 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로 출루에 성공, 대거 4득점의 발판이 됐다.
평소 같았으면 양 감독은 8-2로 크게 앞선 7회 이대호가 안타로 출루에 성공하면 대주자를 투입했다. 시즌 내내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이대호를 선수 보호 차원에서 배려해 주는 것.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양 감독은 이대호를 1루에 그대로 두었고 결국 이대호는 조성환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프로 통산 600득점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 이대호는 8회 이날의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양 감독은 8회 수비 때 1루수 이대호를 빼고 그 자리에 박종윤을 투입했다.
이날 이대호가 5차례 타석에 들어선 것은 지난달 28일 목동 넥센전 이후 17일 만에 처음이다. 양 감독은 이대호가 경기 후반 안타를 치고 출루하면 대주자로 교체하거나 아니면 대수비를 투입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한 쪽으로 기울었음에도 이대호를 교체하지 않은 것은 9일 문학 SK전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상의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경기 역시 8회 까지 롯데가 12-2로 크게 앞서자 이대호를 교체했으나 8회 한화는 뒤늦게 타선의 힘을 집중시키며 5점을 뽑아 12-7까지 추격했다. 양 감독이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이유가 드러난 순간이다.
9일 경기와 15일 경기의 출전 선수의 수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차이가 드러난다. 두 경기 모두 롯데는 경기 종반까지 큰 점수차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9일 경기에서 롯데는 19명의 타자 엔트리 가운데 18명의 선수가 경기에 투입되었다.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선수는 롯데의 세 번째 포수 변용선. 하지만 15일 경기는 종반까지 12-2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19명의 타자 가운데 13명만 경기에 투입시켰다. 주전의 체력 보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경기 막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롯데는 12-7로 쫓긴 9회 5점 차에도 불구하고 임경완과 강영식 등 필승조를 한 이닝에 모두 투입해 승리를 굳혔다. 뼈아팠던 역전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양 감독의 결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롯데는 1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롯데가 지금처럼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끝내 현재의 2위 자리를 지켜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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