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와 미국프로야구(MLB)에서 자이언츠라는 구단에 '거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한국의 롯데 자이언츠에는 '빅보이' 이대호(29)가 있다. 이대호는 키 194cm, 몸무게는 무려 130kg이 나간다. 그러나 이는 KBO 공식 발표에 의한 수치로 정확하게 이대호가 얼마나 나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나갈 수도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의 샌프란스시코 자이언츠 '쿵푸 팬더' 파블로 산도발(25)이다. 산도발은 키 181cm, 몸무게는 109kg으로 나왔지만 그 역시 정확하게 얼마나 나가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일단 산도발은 "나는 뭐든지 다 먹는다. 먹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할 정도로 먹성이 좋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자이언츠 소속이다. 거인이라는 소속팀답게 몸매가 거인급이다. 보통 이들의 몸무게와 체형으로는 홈런을 기대하기 쉬운 반면에 3루타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대호와 산도발이 올 시즌 나란히 3루타를 친 적이 있다.
먼저 이대호는 지난 8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1회 2사 3루에서 레다메스 리즈를 상대로 3루타를 날렸다. 이대호가 친 타구가 우측 선상으로 날아가자 LG 우익수 이진영이 전력 질주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글러브 끝을 스치고 공이 뒤로 빠졌다. 이진영은 곧바로 일어서 공을 따라 갔고, 그 사이 이대호도 전력을 다해 1루, 2루 베이스를 거쳐 3루에 안착했다. 모두가 놀라는 순간이었다.
산도발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서 6회초 3루타를 치며 극적으로 사이클링 히트까지 완성했다. 산도발이 친 타구를 콜로라도 우익수 카를로스 곤살레스가 펜스 충돌에 두려움을 느끼다 공을 떨어뜨렸다. 그 사이 산도발은 1,2루를 거쳐 3루까지 전력질주하며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안착했다. 원정팀이었지만 콜로라도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렇다면 이대호와 산도발 가운데 누가 3루까지 더 빠를까. 일단 공식 몸무게만 놓고 볼 때 이대호가 더 많이 나가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도발이 이대호보다 1.73초 빨랐다. 이대호는 3루까지 14.37초가 걸렸다. 반면 산도발은 12.64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준족에 속하는 두산 이종욱이 3루타 때 11.29초, KIA 안치홍이 11.49초, KIA 김원섭이 11.13초인 것에 비교하면 이대호는 3초 가량 더 걸린다고 볼 수 있다. 3초면 한 베이스를 더 갈수 있는 시간으로 만약 '슈퍼소닉' 이대형에게 14.37초가 주어졌다면 그의 스피드와 탄력을 계산할 경우 충분히 홈을 파고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리그 기준은 어떨까. 보통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발 빠른 선수들의 스피드를 체크할 때 기준이 되는 3루타 시간은 12초 이내이며, 홈플레이트에서 홈플레이트까지는 15초로 잡는다.
3루타를 친 뒤 두 선수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이대호는 "3루까지 뛰었는데 숨도 별로 안 찼다"라고 말한 반면 산도발은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 다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같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122경기에 출장해 3할6푼1리의 타율에 163안타 26홈런 107타점으로 롯데의 든든한 4번타자를 맡고 있다. 통산 3루타는 5개다.
산도발도 올 시즌 주로 3루수로 106경기에 출장해 3할8리의 타율에 123안타 20홈런 63타점욿 샌프란시스코의 4번을 담당하고 있다. 통산 3루타는 11개다.
이대호와 산도발은 3루타라는 색다른 볼거리로 동료들 뿐 아니라 야구 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이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팬들을 기쁘게 했고, 팬들로부터 사랑 받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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