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포수의 잠재력이 꿈틀대고 있다.
한화 대졸신인 포수 나성용(23)이 연이틀 8회말 스리런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5일 청주 롯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8회말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한 나성용은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8회말 동점 스리런 홈런으로 이틀에 걸쳐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범경기에서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치는 등 이틀간 연타석 홈런을 쳤던 것을 정규시즌에서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첫 홈런은 승부가 거의 기운 상황에서 터졌다. 4-12로 뒤지던 2사 1·2루에서 이재곤의 3구째 가운데 높은 130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스리런포로 연결시켰다. 데뷔 15경기-20타석 만에 터진 첫 홈런이었지만 그는 기쁨을 만끽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첫 홈런인데 왜 안 웃냐고 하더라. 그런데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홈런쳤다고 좋아하며 웃을 수 없지 않은가"라는 게 나성용의 말이었다.

하지만 이튿날은 상황이 달랐다.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장한 건 같았지만 7-10이라는 스코어에서 나타나듯 경기는 충분히 역전이 가능했다. 1사 1·3루에서 이날 경기 첫 타석에 등장한 나성용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했다. 이재곤 대신 베테랑 임경완이라는 게 달랐다. 초구 볼을 골라낸 나성용의 임경완의 2구째 130km 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 높게 들어오자 있는 힘을 실어 받아쳤다. 타구는 우중간으로 쭉쭉 뻗어나갔고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담장을 넘어간 공은 관중석을 맞고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왔다. 이 때문에 홈런이냐 아니냐를 두고 잠깐 혼선이 있었지만 2루심 최규순 심판원은 손가락을 돌리며 홈런 판정을 냈다. 나성용은 3루 베이스를 향하며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고, 덕아웃에 들어온 뒤 동료들의 축하 세례를 받았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역전승의 결정적 발판이 된 귀중한 스리런포. 그는 "첫 홈런은 팀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두 번째 홈런은 중요한 순간 팀에 도움되는 홈런이라서 기뻤다"고 말했다.
광주 진흥고-연세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나성용은 대학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프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4개월 넘게 2군에서 담금질해야 했다. 한대화 감독은 "아직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며 나성용에게 '헛스윙'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이에 나성용도 느낀 게 많았다. 그는 "나도 모르게 홈런을 치려고 큰 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헛스윙이 많았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스윙에 익숙해져 있었다"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했다.
아이러니하게 큰 스윙을 버리니 홈런이 나왔다. 그만큼 타고난 체격조건이 좋고,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나성용은 "정확하게 치려고 하니까 홈런이 나오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프로가 그리 쉬운 곳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수비에서 배워야 할게 많다. 백업으로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대화 감독도 그런 나성용을 바라보며 "한 번 키워볼 만하다. 잘 다듬으면 좋은 재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듣는 순간 빵 터졌다"는 그의 응원가대로 앞으로 나성용에게 알아서 기는 투수들이 하나둘씩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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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