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한화 유격수 이대수(30)가 경이적인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 이대수는 지난 16일 청주 롯데전에서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시즌 타율은 어느덧 3할8리까지 치솟았다. 리그 전체 9위에 해당하는 고타율. 후반기 36경기에서 105타수 47안타로 4할4푼8리라는 놀라운 타율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를 마쳤을 때만 해도 2할4푼5리에 불과했던 타율이 후반기 두 달 사이 6푼 이상 상승했다.
단순히 잘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볼넷 14개와 사구 2개를 포함한 후반기 출루율은 무려 5할1푼6리에 달한다. 상대 타자와 끈질기게 승부하며 좀처럼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또한 홈런 2개, 2루타 8개, 3루타 1개까지 더해 장타율도 0.600.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1.116이다. 이마저도 후반기 전체 1위. 심지어 후반기 35경기에서 실책도 단 3개에 불과하다. 공수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다 .

이제는 당당히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이달 초에만 하더라도 그는 "팀 성적도 좋고 잘하는 후배들이 많은데…"라며 골든글러브 이야기에 쑥쓰러워했다. 실제로 김선빈(KIA)과 김상수(삼성)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새 얼굴로 떠올랐고,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 강정호(넥센)도 건재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이대수의 방망이는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어느새 경쟁자들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이대수의 성적은 110경기 타율 3할8리 8홈런 48타점 7도루. 타율은 유격수 중 가장 높으며 홈런도 강정호와 함께 가장 많다. 타점은 강정호(60점)에 이어 두 번째. 도루는 김상수(23개)와 김선빈(20개)에 뒤처진다. 하지만 유격수로 1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 중에서 실책이 가장 작은 9개에 불과하다. 한국프로야구 골든글러브는 공격 지표를 많이 따질 수밖에 없지만 요즘에는 수비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또 다른 변수는 팀 성적과 인기도. 골든글러브는 전통적으로 팀 성적이 우수한 선수들에게 유리했다. 개인 성적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경우 팀 성적이 좋은 선수가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7위 한화에 소속된 이대수가 조금 불리하다. 게다가 김선빈과 김상수가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라는 점에서도 스포트라이트가 그들에게 향하고 있다. 강정호도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활약 뒤 전국구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이대수가 보여주고 있는 반전도 드라마틱하다. 지난 2001년 신고선수 신분으로 SK에 입단한 그는 11년째가 된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과 체력을 키우며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전형적인 노력파이자 대기만성형 선수. 그는 "첫 100안타를 쳤으니 3할 타율에도 욕심 난다"며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3할대 안정권에 있지만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남은 기간에 성적을 더 끌어올려 골든글러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한화는 잔여 13경기가 남아있다. 시즌이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지금 이대수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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