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유리하다고 예상했던 2위 자리. SK 와이번스의 급상승세로 다시 안개 속 정국이다.
2위 자리의 주인이 또 다시 바뀌었다. 16일 경기 전까지 3위 SK에 한 게임 앞서던 2위 롯데는 청주구장에서 한화를 맞아 홈런 7개를 주고받는 공방전 끝에 9회 말 카림 가르시아에 끝내기 투런포를 두들겨 맞아 10-12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는 8회까지 10-7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홈런 두 방에 또 다시 역전패를 당해 지난 9일 문학 SK전 충격적인 역전패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

반면 SK는 잠실구장에서 LG와 맞붙어 박재상의 쐐기타와 엄정욱의 마무리로 5-4,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6연승을 질주했다. 결국 양 팀은 승차가 없어졌지만 승률에서 SK(0.5478)가 롯데(0.5470)에 앞서 순위가 뒤바뀌게 됐다. 함께 2위 경쟁을 벌였던 KIA는 후반기 부진으로 자력으로 2위를 차지하는 건 힘들어진 상황.
롯데의 9월 성적은 훌륭했다. 16일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따져보면 우리가 9월에 6승 2무 3패를 했다"면서 "분명 두 번밖에 안 졌으니 잘 한거다. 그런데 SK가 너무 잘 나가고 그날(9일 문학 SK전) 역전패 한 게 커서 우리가 잘 못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SK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연승 가도를 달려 자리바꿈에 성공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9일 문학 SK-롯데전. 롯데는 8회까지 1-8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SK의 거짓말 같은 추격으로 결국 9-10으로 역전패했다. 그날 경기 전까지 SK는 4위에 머물며 2위 롯데에 2.5게임 뒤졌지만 이후 8경기에서 7승1패의 호조를 보이며 기어코 2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주까지 대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2위 싸움의 승자로 롯데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롯데는 안정적인 선발진과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던 불펜, 여기에 타선의 힘 까지 갖춰 수장 교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SK보다 전력상으로 앞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 감독은 이러한 분석에도 줄곧 "최종 순위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며 "시즌 막판이 되어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로 그는 "언제든 팀은 연승과 연패가 가능하다. 주위 코치들도 내가 불안 해 하는 걸 보면 이해를 못하지만 감독 자리에 앉고 보니 최상의 경우보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SK는 최근 6연승에 성공하며 2위로 뛰어올랐고 롯데는 줄곧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뼈아픈 역전패 2번으로 결국 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제 관건은 남은 일정. 16일 현재 SK는 16경기를, 롯데는 1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만약 SK가 잔여 일정에서 8승 8패로 5할 승부를 펼친다면 최종 승률은 5할4푼2리가 된다. 이를 앞지르기 위해선 롯데는 6승 5패를 거둬야만 한다. 최근 상승세를 놓고 본다면 아직 롯데가 불리한 입장은 아니다. 관건은 추후 일정. 롯데는 두산 2경기-SK 3경기-한화 2경기-두산 1경기-한화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SK는 한화 2경기-롯데 3경기-LG 2경기-넥센 2경기-삼성 4경기-KIA 3경기를 치르면 정규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일정상으로는 하위권 팀과 많은 경기를 남겨둔 롯데가 유리해 보인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SK가 2위 싸움에서 유리한 입장"이라며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양 감독은 SK의 마지막 일정인 KIA와의 3연전에 주목했다. 그는 "이미 KIA는 자력으로 2위가 힘들어졌기에 일찌감치 준플레이오프 준비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KIA 입장에서는 최종 3연전에선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힘을 비축하기 위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롯데는 시즌 막판 치열한 하위권 싸움을 예고한 두산, 한화 등과 부담스러운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결국 두 팀의 2위 싸움에 분수령은 20일부터 사직에서 벌어질 롯데와 SK의 주중 3연전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위닝시리즈를 차지하는 쪽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양 감독 역시 "다음 주 사직 3연전에서 무조건 2위가 결정 난다"면서 "롯데의 야구를 펼쳐서 반드시 위닝시리즈를 거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발의 힘에선 롯데가 앞서지만 SK는 최근 살아난 팀 분위기가 무기다. 게다가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20일 롯데전에 맞춰 1군에 복귀시킬 예정이다. 비록 중간계투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김광현이 벤치에 있고 없고는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초 '건곤일척'을 앞두고 두 팀은 각각 주말에 수도권에서 2연전을 갖는다. SK는 상대전적 11승 6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화와 문학에서 일전을 벌이고 롯데 역시 상대전적 9승 6패 1무로 앞서있는 두산과 잠실에서 원정 경기를 가진다. 정면대결에 앞서 가진 전초전에서 웃는 쪽은 누가 될까. 시즌 막판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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