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7년 만에 일본 1진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김형실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14위)이 17일 밤 9시 대만 국립대학교경기장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선수권 D조 예선 최종전에서 일본(4위)에 세트스코어 2-3(25-23 15-25 25-18 23-25 5-15)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과 역대 전적에서 45승78패를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패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미 8강리그 진출권을 확보해 B조 1위와 18일 오후 3시 대결한다. B조 1위는 세계랭킹 10위 태국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날 한국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변칙적인 공격과 단단한 블로킹을 무기로 1세트를 25-23으로 손에 넣은 것. 1세트 초반 16-11로 점수를 벌리며 기선을 제압한 것이 주효했다. 비록 1세트 후반 23-22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정대영의 침착한 공격으로 먼저 웃었다.
일본의 반격도 매서웠다. 2004년 이후 1진간 맞대결에서 한국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일본의 날카로운 서브였다. 한국은 2세트 갑작스러운 서브 리시브 난조를 보였고, 순식간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국이 12-15로 뒤지는 상황에서 6점을 잇달아 내준 것이 치명타였다. 긴 랠리에서 점수를 얻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한국은 흔들리지 않고 재빨리 대응책을 내놨다. 황연주 대신 김희진을 라이트로 투입하며 정대영과 함께 높이를 승부수로 띄웠다. 그 효과는 분위기 반전으로 드러났다. 3세트 9-9 동점에서 6점을 연속으로 따냈다. 고비마다 김희진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기에 김연경이 살아났고, 정대영이 마무리에 나서며 3세트를 가져왔다.
4세트에서는 마지막 집중력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치열한 시소게임에서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뒷심 부족이었다. 한국이 16-17로 뒤진 상황에서 김연경이 3연속 득점하며 20-17로 뒤집었지만 막판 한송이의 공격이 모두 실패하며 23-25로 다시 역전을 내줬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마지막 5세트에서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작과 함께 5점을 잇달아 내줬다. 일본의 다채로운 공격에 무너졌다. 한국은 순식간에 5-14로 끌려갔고, 에바타의 서브 에이스를 허용하며 패배를 받아 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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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IVB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