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선발 붕괴시 성적, 가장 뛰어난 팀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18 07: 35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부터 상대 타선을 버티지 못한다. 그 때부터 감독은 골치가 아파진다. 예상치 못한 선발의 부진은 투수 운용에 있어서 감독의 여러 구상을 망쳐놓기 마련이다.
특히 3회를 채우지 못하고 선발이 내려가게 되면 그 어떤 팀도 예외 없이 곤란함을 겪게 된다. 일단 선발이 조기 강판될 정도면 부상이 아니고서야 대량 실점이 동반되었다는 뜻이다. 그 경기를 뒤집어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중간 계투진의 활약과 경기를 뒤집는 타선의 힘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정규 시즌을 90%가량 소화한 17일 현재까지 3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경기에서 가장 승률이 낮은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안정된 선발진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치른 123경기 가운데 3회 이전 선발이 강판된 경기가 9경기에 불과하다. 이는 올 시즌 롯데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선발진을 갖춘 삼성과 함께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횟수다. 롯데는 이 9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롯데에서 3회 이전에 선발이 내려가면 곧 패배를 의미했다. 삼성이 2승 7패로 2할2푼2리의 승률을 거둔 것과 비교된다.

특이한 것은 9번의 선발 조기강판 가운데 이재곤이 홀로 3번이나 차지했다는 점. 롯데 불펜진은 A조(승리조)와 B조(패전조)의 기량차이가 큰 편이다. 타선은 뜨겁지만 결국 뒤이어 올라온 투수들이 추가 실점하며 경기를 내 준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낮은 팀은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모두 17차례 선발이 조기 강판돼 2승 15패의 성적을 거두며 승률 1할1푼8리에 그쳤다. 선발진의 ‘영건’ 안승민과 장민제가 각각 4차례씩 조기 강판됐다. 이 가운데 승리를 거둔 2경기 모두 난타전 끝에 한 점차로 승부가 갈렸다. 4월 6일 대전 KIA전에선 선발 송창식이 1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으나 한화는 타선의 힘으로 경기 막판 동점을 이뤘고 연장 10회 이대수가 유동훈을 상대로 끝내기를 기록하며 10-9로 승리를 거뒀다. 또한 5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선 선발 안승민이 2⅓이닝 5실점으로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갔으나 난타전 끝에 9회 2점을 얻은 한화가 11-10으로 이겼다.
넥센 히어로즈 역시 19번이나 3회 이전 마운드가 무너져 김시진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19경기 성적은 3승 16패, 승률 1할6푼7리를 올렸다. 승리를 거둔 세 경기 가운데 한 경기는 8월 5일 목동 두산전에서 선발 김성태가 한 타자만 상대하고 어깨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진 경기다. 이날 넥센은 7명의 투수를 쏟아 붓는 총력전 끝에 두산에 8-5로 승리했다. 또한 6월 9일 목동 SK전서 넥센은 선발 김성현이 1이닝 3실점으로 교체되었으나 뜨거운 공방전을 펼친 뒤 8-9로 뒤진 9회 2사 만루서 유한준의 역전 끝내기가 나와 10-9로 승리를 거뒀다.
가장 많은 3회 이번 선발 교체 팀은 바로 SK 와이번스. SK는 26번의 3회 이전 선발 교체 가운데 무려 12승 14패를 기록, 4할6푼2리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SK의 선발이 조기 강판 보다는 김성근 전 감독의 투수 운영 스타일에 따른 것이었기에 가능했다. 김 전 감독은 퀵후크(6회 이전 3실점 이내를 기록하던 선수를 교체하는 것)를 즐겨 사용하며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를 보여줬다. 투수 교체 타이밍을 읽는 눈은 국내 최고다. 또한 김 전 감독 특유의 용병술과 강력한 중간계투진의 실력이 어우러져 일찍 선발이 내려가도 놀라운 성적을 남기게 됐다.
반면 이 감독대행은 ‘미국식 빅볼’을 표방하고 있다. 선발 투수의 조기 교체는 선발이 무너졌을 때만 이뤄졌다. 지난달 18일 이 대행체제 출범 이후 SK는 모두 6차례 3회 이전 투수를 교체했다. 특이한 점은 최근 선발이 일찍 내려간 3경기에서 SK는 모두 타선의 힘으로 한 점차 역전승을 거뒀다는 점. 여전히 강력한 불펜진의 힘에 타자들의 집중력이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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