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 그는 10승 이상을 거뒀으나 150km을 상회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140km대 중반의 싱킹 패스트볼 등 직구 계열의 빠른 공을 앞세우다 안정적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며 감독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돌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안정감을 갖춘 선발투수 노릇을 하고 있다. '써니' 김선우(34. 두산 베어스)의 2011시즌은 팀 순위 하락 속에서도 의미가 있다.

김선우는 지난 17일 잠실 롯데전서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내줬으나 사사구 없이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2실점으로 호투, 시즌 14승(2위, 7패, 18일 현재)째를 거뒀다. 지난해 13승을 수확했던 김선우는 올 시즌 14승 째를 올리며 한국무대 4번째 시즌 커리어하이 승수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19(3위)로 남은 경기서 대부진을 겪지 않는 한 목표였던 '3점 대 평균자책점' 기록도 확실시 된다.
미국에서 10여 년 간의 외유를 마치고 2008년 1월 자신의 지명권을 지닌 두산에 입단한 김선우. 첫 해인 2008년 어깨 통증과 무릎 부상을 겪으며 6승에 그쳤던 김선우는 이듬해 11승 10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선발 11승을 거뒀으나 경기 당 기복도 심했고 피안타율도 3할대를 넘어섰다. '에이스'라는 기대치와는 뭔가 매치가 되지 않는 성적이었다.
당시 김경문 감독 또한 기복이 심한 김선우에게 아쉬움을 표출했다. 완급 조절형 구종보다 '빨리 던져서 타자를 빨리빨리 처리한다'라는 생각으로 던진 포심-투심-커터 등 직구 변종 구질이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 2009년 9월 25일 문학 SK전서 1회에만 7실점하던 부진은 김선우에게 변화의 계기를 던져주었다.
"나 또한 승수는 10승을 넘어섰지만 잘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복이 심했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구종 선택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상대 타자들은 내 직구를 노리고 있는데 그 구질을 그대로 구사했다가 번번이 통타당했다. '돌아서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하지 못했던 내 패착이다. 짧고 빠르게 떨어지는 공을 타자들이 노리고 들어간 만큼 이제는 허를 찌르는 투구를 펼치고 싶다".
2010시즌을 준비하던 김선우는 그렇게 변화를 예고했고 그는 최근 2시즌 도합 27승을 올리며 수준급 국내 우완 선발로 자리매김 중이다. 17일 롯데전서는 그동안 곁들이던 변형 체인지업 대신 커브와 싱커로 롯데 타자들의 노림수를 역이용했다. 2회를 제외하고 모두 주자를 출루시켰으나 사사구 없는 피칭으로 야수들의 집중력을 잃지 않게 했다. 직구 변종 구질이 아닌 완급조절형 구질로 자신이 원하던 '도망가지 않는 빠른 템포의 투구'를 펼친 것이다.
"롯데 타선이 강하고 전날(16일)까지 팀이 3연패를 당했던 만큼 보다 집중해서 던졌다. 9명의 타자들이 안타로 출루하고 홈런도 맞았지만 출루 유무에 관계없이 일단 빠르게 처리하고자 했다".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구종 선택의 변화가 완벽하게 다른 결과를 이끌어낸 것과 같다.
첫 2년 간 강성의 직구로 맞서던 사나이는 국내 타자들의 녹록지 않음을 느끼며 17승을 거뒀다. 그러나 떨어지는 직구 구속을 높아진 변화구 빈도로 상쇄한 그는 최근 2년 간 27승을 거두고 있다. 10승의 차이. 김선우는 그렇게 돌아 들어가는 전략을 통해 '진짜 지름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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