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권상우와 공유의 변신이 아름답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9.18 07: 36

꽃미남 배우에 자주 쓰이는 언어적 표현이 있다. ‘후광이 비친다’ 류의 칭송과 더불어 ‘발 연기’ 같은 연기 논란이다. 그저 한번 미소만 지었을 뿐인데도 그림 같은 분위기가 완성되는 이들에게 연기 논란은 자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다.
영상에 치중하는 감독들은 소위 연기파 배우보다 잘생긴 외모의 연기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물 역시 뛰어난 인물을 가진 남성 출연자들을 자산으로 한다. 이를 통해 유명세를 얻게 된 미남들은 ‘배우’라기 보단 ‘스타’로 분류되기 마련이다.
권상우와 공유는 잘생긴 외모가 부각돼 온 청춘스타에 가깝다. 꽤 오랜 연기 내공을 가진 이들이지만 언론과 평단에선 두 사람의 연기적 능력보다 외적인 면에 더욱 치중했다. 스스로도 남녀 주인공 간의 알콩 달콩 사랑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인 드라마 및 영화를 선택, 연기력을 입증할 만한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랬던 그들이 변했다. 여심을 사로잡는 달콤한 미소를 잠시 뒤로 한 채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른 이들에 얻어맞아 상처투성이인 얼굴(권상우)로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참혹한 현실에 분노하지만 정작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공유)의 나약함에 고개를 떨군다. 확실히 연기의 수준이 달라진 두 사람은 새 영화를 통해 ‘배우’의 옷을 입었다. 
권상우는 곽경택 감독의 ‘통증’에서 어릴 적 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 남자 남순을 맡아 열연했다. 동현 역의 정려원과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려냈다.
그간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몸매로 멋진 역할을 주로 해왔던 그는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에서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으로 등장한다. 맞고 구르고 넘어지고 하면서 성한 구석이 없어 보일 정도. 얼굴이 어찌나 부어 있는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극중 감정 변화는 세밀하게 표현했다. 영화 도입 부분만 해도 별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은 멍한 눈빛을 보인 그는 후반으로 갈수록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하는 표정과 눈빛 연기로 생생한 인물 묘사를 완성했다. 안타까운 처지의 남순이 돼 마음을 동요케 했다.
그런가 하면 공유는 공지영 원작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 ‘도가니’에서 청각장애아동 특수학교의 미술교사 강인호로 분했다.
극중 강인호는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의 아픈 딸을 돌보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무진의 한 장애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게 된다.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전세금을 뺀 자금인 오천만 원을 교장에 강탈당한 뒤 청각장애아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다.
그가 접한 진실은 한 마디로 처참하다. 10대 소년과 소녀들이 교장과 행정실장, 선생님의 성적 노리개가 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갖은 술수를 쓰는 등 영화 곳곳에는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요소들이 가득 차 있다. ‘선동’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을 뜨겁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배우 공유의 연기 변신. 공유는 ‘도가니’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청춘스타에서 변신, 다양한 표정과 눈빛으로 극중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법원 앞 시위 장면에서의 열연은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살수차를 맞닥뜨린 상황에도 아랑곳 앉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강인호의 아픔을 표현해냈다.
연기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권상우와 공유. 이들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rosec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