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 최용수 감독 대행의 예언이 적중했다.
FC 서울은 지난 15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치렀다. 경기 후 귀국한 날짜는 16일. 단 하루를 쉬고 서울은 18일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 25라운드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렇지만 선수단 상태는 도저히 경기를 소화할 여건이 아니었다. 단순한 시차가 아닌 한국→사우디아라비아→한국으로 이어지는 역시차로 인해 잠을 제대로 청한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더운 날씨와 장시간의 이동으로 선수단의 피로도는 절정이었다. 게다가 주축 선수 몰리나 고명진 최현태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야 했다.

이 때문에 부산과 경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패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최용수 대행마저 "시즌 중에 이러한 상황이 나오는 것은 드물다. 내가 선수를 할 때나 지도자를 시작한 이후 이런 최악의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최용수 대행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있었지만 부산의 서울 원정 징크스도 자신감에 한 몫을 했다. 부산은 2002년 9월 25일 이후로 단 한 번도 서울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무 9패로 12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징크스라는 단어가 부산의 서울 원정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최 대행은 경기 전 "징크스는 무시할 수 없다. 우리도 부산에 원정을 가면 항상 힘들다"고 했다. 최 대행의 말처럼 서울도 부산 원정 징크스를 갖고 있다. 서울은 2006년 10월 29일 이후로 부산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5무 3패가 전부다.
즉 이날은 부산이 징크스를 안고 치르는 경기였다. 최 대행은 "이번에는 홈 경기이니 정상적일 것이다. 상대가 큰 무대에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며 부산이 징크스를 겪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최 대행의 말은 잊혀졌다. 부산이 선제골을 터트리며 서울에 리드를 점한 것. 경기 내용에서도 부산이 앞섰기 때문에 부산의 서울 원정 징크스는 이대로 깨지는 듯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후반이었다. 부산은 후반 중반과 후반에 잇달아 골을 허용했다. 소위 '멋진 골'은 없었다. 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는 골이었다. 결국 부산은 한 골을 다시 만회하지 못하고 1-2 역전패를 당했다.
이에 대해 최 대행은 "선수들이 경기 전 이기겠다고 말은 했지만, 나는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며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물론 징크스 덕분에 서울이 승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징크스라는 하나의 사소한 것을 바탕으로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불리한 상황 속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최 대행의 리더십과 지도력이 이날 믿어지지 않는 승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쉽게 좌절하지 않고 끈기있는 최 대행의 모습에 선수들이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과 집중을 한 것은 아닐까 싶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