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숭용, "한동안 끙끙 앓아 누울 것 같아"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9.19 07: 00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술한잔 하고 싶다."
또 다른 삶이 막 시작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이 있듯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 선수생활을 접은 이숭용(40)이 '캡틴'으로 살아왔던 18년을 정리한다.
자신의 은퇴경기이기도 했던 18일 목동 삼성전을 마친 이숭용이 취재진을 보고 한 첫마디는 "이제 뭐하지?"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 떨리더라.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겠다"면서 "울지 않으려 했는데 그저 소감을 말하려니 울컥하더라"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그는 "나의 모든 생활들이 야구에 맞춰져 있었다"면서 "한동안 끙끙 앓아 누울 것 같다. 아플 것 같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 "오늘은 혼자 한잔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앞으로 어떤 지도자로 살아갈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봐야겠다"고 진지하게 말해 선수로서 피할 수 없는 야구와의 작별, 지도자로서 살아가야 할 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숭용은 은퇴경기 후에도 선수단과 함께 하며 시즌을 끝까지 마치고 싶었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이 "가족들과 함께 하라"고 이숭용에게 조언했다. 이에 이숭용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숭용은 경기를 마친 직후 김시진 감독을 다시 찾았다. 감사의 말과 함께 마지막 작별을 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선수시절을 비우고 오라는 또 다른 조언을 했다. 그 말대로 "당분간 친구, 지인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한 이숭용이었다.
 
특히 이숭용은 "이제 안이 아니라 밖에서 야구를 보고 싶다. 항상 속에서만 한 야구"라며 "많이 보고 공부하고 싶다. 밖에서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 홈경기나 수도권 경기는 자주 보러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여줄 것이라곤 열심히 뛰는 것 밖에 없다"던 이숭용이었다. 마지막날까지 웨이트, 런닝, 수비, 타격에 대한 훈련을 소화해 마지막까지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비록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의 말대로 전력질주가 돋보였다. 이제 지도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이숭용에게 관심이 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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