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김광현이 본 '에이스'류현진-윤석민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9.19 07: 01

"편해보이는 여유가 부러웠어요".
에이스가 본 에이스는 어떤 모습일까.
SK 와이번스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23)의 눈에 비친 류현진(24, 한화 이글스), 윤석민(25, KIA 타이거즈)은 자신에 비해 한층 여유로운 피칭을 하는 컨트롤의 달인들이었다.

김광현은 18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쉬는 동안 (류)현진이 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전날(17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이날 상대 선발이었던 류현진의 피칭을 지켜봤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이었던 이날 7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김광현은 "어제 보니 정말 노련하더라"며 "일본에서도 비디오를 보면서 '이런 점이 좋다', '이런 점은 나랑 다르구나' 등을 많이 생각했는데 어제 실제로 보면서 느낀 게 많다"고 말했다.
류현진을 보면서 김광현이 느낀 것은 바로 편해 보인다는 것. 물론 모두가 류현진의 투구 동작을 보면 물흐르듯 편하게 던진다고 느끼지만 쉬고 있던 김광현에게 다가온 느낌은 사뭇 달랐다.
김광현은 "나는 지금까지 한 타자 한 타자에 집중하며 1점만 줘도 점수를 뺏긴다는 생각으로 모든 타자들에 전력 투구를 해왔다"면서 "그런데 현진이 형은 힘을 빼고 맞춰 잡는 피칭을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기 때문에 주자가 있으면 전력으로 던질 수 있어 나한테는 없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윤석민에 대해서도 "(윤)석민이 형은 컨트롤이 좋아서 타자에게 공을 던지기 전에 결과를 예측하고 맞춰서 던질 수 있다"며 "나는 일단 전력으로 던지고 결과를 봐야 하기 때문에 맞든 안 맞든 스트레스가 큰데 형은 미리 결과를 알고 던져서 안타를 맞아도 다음 타자에게는 안타를 안맞으면 된다는 여유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결국 김광현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없던 '여유'라는 것을 류현진과 윤석민에게서 찾았다. 이는 각자의 팀의 순위 싸움과도 연관이 있지만 롱런하기 위해서는 투수가 갖춰야 할 부분. 김광현도 "나도 올 시즌 초 맞춰잡기 위해 슬슬 던지다가 안타를 맞는 걸 참을 수 없어서 힘들었다"며 일본에서 형들의 비디오를 보면서 많이 따라해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광현이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춘 부분도 있다. 김광현은 마지막에 "지금 우리 팀처럼 홈런 한 방에 2위, 3위가 갈리는 순위 싸움을 하고 있을 때는 여유보다 한 경기 한 타자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며 "제 피칭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웃어보였다.
지난 해까지 김광현과 류현진, 윤석민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대표 투수들이었다. 윤석민은 올 시즌 트리플 크라운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류현진은 잇단 부상 속에서도 17일 역대 7번째로 6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반면 김광현은 전반기 4승6패를 기록하며 부진을 보인 뒤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 6월 23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7월 12일 출국해 일본의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치료 과정을 거친 김광현은 지난 8월 3일 귀국 후에도 2군에서 재활 훈련을 하는 파란만장한 시즌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20일부터 시작되는 부산 롯데전에 맞춰 1군 엔트리 복귀 예정인 김광현. 그가 자신의 떨어지는 슬라이더, 빠른 직구 등의 장점에 류현진과 윤석민의 장점인 여유를 더해 완벽한 '에이스의 귀환'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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