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선수단이 '캡틴' 이숭용을 추억하는 것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9.19 10: 55

"18년 동안 함께 한 야구 떠나기 싶지 않았을 것이다."
넥센 선수단에게 '캡틴' 이숭용(40)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이숭용의 은퇴식과 은퇴경기를 겸한 18일 목동 삼성전에 앞서 많은 넥센 선수단이 이숭용을 추억했다. 보이는 기록이 아닌 내면의 것을 더 소중히 했던 사람이 이숭용이었다. 또 엄함 속에서도 따뜻함이 넘치는 사람이 이숭용이었다.

이날 1루 수비와 선발 출장이라는 배려를 한 김시진 감독은 "오랫동안 성실했다. 그러니 주장을 5번이나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장은 책임감 없으면 못한다. 자기만 생각했다면 주장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주장은 선수들과 감독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한다. 주장은 선수들이 직접 뽑고 감독의 재가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캡틴'으로 불린 이숭용을 칭찬한 말이다.
또 김 감독은 "모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이숭용이나 송지만이 구심점 역할을 잘해줬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명예롭게 팀을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시기도 그렇고 정말 어려운 결정을 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는데 그런 야구와 헤어지기란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갑 수비 코치는 "선수 때 같이 했다. 신인 때부터 워낙 성실했다. 그래서 2000경기를 뛸 수 있었지 않나 본다"면서 "몸 관리에 철저했다. 대기록의 원동력 아니겠나"고 이숭용을 치켜세웠다.
 
김동수 배터리 코치는 "18년 동안 1팀에서 2000경기를 뛰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2년 후배 홍원기 주루 코치는 "코치 이전에 야구 선배로서 존경한다. 한 팀에서 2000경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숭용이 은퇴하면서 팀내 최고참이 된 송지만은 "남일 같지 않다. 16년 중 8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다"면서 "같이 우승하고 같이 힘들어 하고 영광과 고락을 나눴던 선배였다"라고 이숭용을 설명했다.
 
이어 "한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2000경기 출장은 의미가 있다"며 이숭용의 기록을 높게 평가한 후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놀랍기도 하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선배다. 힘들어 하는 선수들이 빨리 자리잡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우승한 2004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주장 강병식은 "신인 때 팀 적응에 애를 먹고 있었던 시기에 같이 밥을 먹자고 먼저 다가와준 선배였다"고 이숭용을 돌아봤다. 특히 "안이한 플레이를 할 때는 정말 무서웠던 선배였다"면서 "못치고 실책하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본헤드 플레이를 보면 정말 가차없이 혼내는 선배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많이 혼난 선수는 감싸 안아주기도 했다. 사람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상벌을 달리 했다"고 말했다.
또 강병식은 "선수가 은퇴를 한다고 은퇴식을 다 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화려하지 않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후배에게 귀감되는 일이 많았다"며 "따르고 의지하려고 하는 선배였고 팬들까지 좋아했던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원정 룸메이트 김민성은 "그냥 기분이 묘하다. 당장 내일(19일)부터 못본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난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면서도 "짧은 1년이었지만 '아 저래서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구나' 하는 부분을 많이 배웠다. 볼배합을 통한 수싸움 등 타자로서 싸움하는 법을 알려줬다. 결국 떨어지는 체력이지만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것을 가졌더라"고 고마움과 감탄을 동시에 드러냈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