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불펜 한 명만 있으면 좀 쉬게 해줄텐데…".
한대화(53) 한화 이글스 감독이 팀의 맏형 박정진(36)의 '노익장'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 감독은 지난 18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올 시즌 박정진의 투구수가 많은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는 박정진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감독은 곧 "팀내 우완 불펜 한 명만 있어도 (박)정진이와 번갈아 쓰면 좀 쉬게 해줄텐데 정진이가 매 번 이닝을 많이 소화하게 된다"며 팀내 불펜 자원 부족을 토로했다. 한 감독은 "특히 팀내 선발 부족으로 마일영이 선발로 전환하면서 정진이의 이닝 소화가 많아졌다. 믿을만한 불펜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광고-연세대를 졸업하고 1999년에 한화 1차로 지명된 박정진은 올 시즌 17일까지 59경기에 나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소화 이닝은 79이닝으로 지난해(79⅓이닝)를 뛰어넘어 2003년 100이닝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정진은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2.62로 데뷔 이후 첫 평균자책점 2점 대를 바라보고 있다.
팀내 최고령 투수지만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와 함께 올해 최고의 필승조로 맹활약하고 있는 박정진에 대해 한 감독은 "나이가 있어서 그렇지 선천적으로 강한 어깨"라며 "잘 쉬면서 던지면 훨씬 나은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옆에 있던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정진이는 만화같은 투구폼으로도 잘던진다"며 "저 나이에 정진이처럼 타자들을 윽박지르기 쉽지 않다"고 박정진에 대한 칭찬을 거들었다.
그 순간 박정진이 마침 덕아웃에 들어오자 이효봉 위원은 박정진에게 "네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정진은 "몸 상태는 괜찮다"며 "오늘도 또 나갈 수 있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박정진은 2009년 시즌 뒤 정리 대상자였으나 한 감독으로부터 좌완이라는 이유로 한 번 더 기회를 받은 뒤 지난해부터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동안 많이 던지지 않아서인지 어깨가 생생하다"는 박정진은 수많은 이닝 소화 속에서도 한화 불펜을 든든히 지키는 중이다. 노장의 활약에 한 감독도 미안함과 동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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