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심하고, 상처 잘 받는 성격
만인의 이상형? 늘 남자랑 술 먹는데

가수 성시경, 하면 양극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달달한 감성의 뮤지션. 혹은 성격 안좋다는 소문이 무성한 방송인. 스스로, 혹은 미디어가 만들어온 이들 이미지가 섞이면 ‘인간 성시경’은 쉽게 종잡을 수 없는, 친해지기 힘들 것 같은 희한한 이미지가 완성된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한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잠깐 졸다가 기자를 만난 그는 자신의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되게 소심하고요. 사람들 반응에 상처도 많이 받아요”라고 한참을 쏟아낸다. 그저 “성시경씨도 긴장해요?”라고 말을 건넨 것 뿐인데.
부드러운 ‘발라드 외모’에 걸쭉한 ‘힙합 입담’을 갖고 있는 이 독특한 남자는 그렇게 한참동안, 거친 유머와 자학, 쓴소리를 오가는 다양한 얘기를 했다. 여느 연예인과 같이 말을 정제하거나, 어중간한 표현을 쓰지 않아서 인터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기자 마음 속에선 ‘저 말을 기사 제목으로 뽑으면 대박이겠다’는 계산과 ‘오해 받지 않게, 예쁘게 써주세요’라는 성시경의 부탁 사이에서 여러 차례 갈등이 일어난다.
컴백 무대를 앞두고 주무셨던 거예요?
잠깐 눈을 붙인 거죠. 어제 한 숨도 못 잤어요. 많이 떨리더라고요. 방금 사전 녹화 때도, 어찌나 떨었던지 손에 난 땀이 화면에 다 잡혔더라고요.
성시경씨도 떨어요?
저 원래 되게 소심한 사람이에요. 할 말은 하지만, 되게 고민해서 하는 거고요. 하고 나서는 저 혼자 상처 받고 그래요. TV에 나오는 모습만 보면, 저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죠. ‘싸가지 없다’라던가. 제가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이미지란 건 알아요. 어디 하소연해봐야 소용 없더라고요. 인간관계도 넓지 않고요. 그런데 마음 통하는 분들과는 정말 진실되게 만나요.
이번 7집 ‘처음’은 아날로그 그 자체던데요. 타이틀곡 ‘난 좋아’도 한번 들으면 외워지는 요즘 곡들과 좀 달라요.
후렴구는 쉽지 않나요? 코드는 좀 특이하게 해봤어요. 그래도 주요 멜로디는 안어려운데. 저는 오히려 요즘 노래가 더 어려워요. 노래는 우선 가사가 이해 돼야 하는데, 요즘 몇몇 곡들은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러고보니, ‘요즘 가수’들이 주로 하는 SNS도 안하시네요. '셀카'도 좀 찍어 올리고 해야 홍보가 되실텐데요.
(구형 휴대폰을 보여주며) 저, 이거 써요. 전 100만 팔로워보다 1명과의 깊은 관계가 좋아요. 물론, 우리 사회가 외로운 사회라는 건 알아요. 그래도 연예인이 트위터를 한다는 건 그냥 ‘소통’이 아니잖아요. 사람들한테 댓글 하나 안달아주면서, ‘나 이 식당 왔다’고 사진을 올리는 건, 목적이 있는 거잖아요.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지,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진 않아요. 사생활 공개가 제 취향도 아니고, 또 그런 공개가 진짜 공개도 아니잖아요. 요만큼만 보여주면서, 다 보여주는 것처럼 구는 것도 이상하고.
하지만 후배들이 그 사생활을 팔아서 승승장구하는데, 신경 안쓰세요?
이렇게 정성껏 인터뷰한 기사가 '셀카' 기사에 묻힐 수 있겠죠. 그렇다고 그걸 해볼까 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그건 과정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는 자신감도 있고요. 그리고, 원래 사진 찍는 것도 안좋아해요. 팬들이 같이 찍자고 해도 잘 안찍어요.
이번에 팬들이 꽤 오래 기다렸죠. 지난 5월에 7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어놓고, 정작 앨범은 9월에 나왔어요.
희대의 사기극이었죠.(웃음) 콘서트 대관은 훨씬 전에 이뤄지니까, 5월쯤엔 앨범이 나오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던거죠. 그런데 곡이 맘에 안들어서 다시 쓰고, 감기 걸려서 녹음도 미루고 하면서 타이밍을 놓쳤어요. 제가 원래 게으르기도 하고요. 휴대폰이나 트위터에도 거부감이 있는 느린 사람이거든요.
요즘 후배들은 제대 다음날 촬영장에 투입되던데, 성시경씨는 제대하고도 1년이 훌쩍 지났으니까 너무 많이 느렸던 거 아니에요?
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나를 통해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요’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포털 사이트 뉴스도 좀 보고, 요즘 대세는 누군지도 알고, 그럴 시간이 필요했죠.
그리고 가을에 딱 맞춰 컴백하셨군요.
앨범 작업이 8월말에 끝났어요. 작업을 끝내고 컴백까지 시간이 좀 남은 건 처음이었어요. 조바심도 나고, 불안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랬죠.
보름 정도였겠군요. 3년만의 컴백을 기다리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제가 재수학원 다닐 때, 여자친구가 있었거든요. 하루 용돈 5천원인데, 밥 사먹고 버스비 쓰고 나면 천원 정도가 남아요. 그런데 8만8천원짜리 커플링을 사고 싶은 거예요. 밥을 굶어가며 돈을 ‘겁나게’ 모아서, 반지를 산 거죠. 반지를 줄 날까지 2주가 남았어요. 안좋아하면 어떡하지, 다른 걸 살 걸 그랬나, 별별 생각이 다 들잖아요.
이번에도 비슷했어요. 곡도 직접 쓰고, 프로듀싱도 하고, 돈도 많이 썼는데, 어떤 반응이 올까 싶어서 정말 잠을 많이 못잤어요.

남자들로부터 미움 많이 받으시잖아요. 성시경씨는 주위에 자신과 같은 남자가 있다면, 좋아했을까요?
그런 남자가 없던데.
있다고 상상하신다면.
싫어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한테 ‘아는 척을 한다’고 하시는데요. 전 아는 척 안해요. 모르는 것도 많고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해요. 그런데 남자분들은 자꾸 저한테 아는 척한다고 하시죠. 그런 오해는 풀기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남자들이 ‘성시경은 목소리빨이다’라고 폄하하기도 하죠.
음. 목소리가 썩 괜찮아서 미안합니다. 잘생기지 않았는데, 안경 쓰면 좀 괜찮아보여서 미안합니다. 그래야 할까요.(웃음) 왜 그렇게 미워할까요. 미움이 팽배한 사회인 것 같아요. 그분들께 해를 끼치지도 않았는데.
해는 끼치셨죠. 그들의 여자친구가 성시경씨를 이상형으로 꼽으니까요.
제 주위엔 왜 그런 여자가 없죠? 전 늘 우락부락한 매니저와 트레이너, 라디오 식구들이랑 술 먹는데. 저와 밥 한번 안먹어보고 미워하시는 분들은 밉긴 해요. 소심한 저로서는 상처가 되거든요.
이건 그냥 선입견일 수 있는데, 약간 겉과 속이 다를 것 같긴 해요. 진보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보수적일 것 같고, 로맨틱해 보이지만 일을 더 중시할 것 같고.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표리부동인데요.
죄송합니다.(웃음)
보수적인 건 맞아요. 아버지의 영향이죠. 그런데, 사랑은 늘 우선이었어요. 이제야 일을 좀 사랑만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요. 30대 남자가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사랑만 찾는 건 좀 그렇더라고요. 그렇다고 사랑을 덜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보통 사랑을 3, 일을 7, 이런 식으로 조정한다면 저는 잠을 덜 자더라도 사랑도 7, 일도 7 하겠다는 거죠.
쉽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래서 연애를 못하나봐요.
오랜만에 컴백하셨으니, 한동안 일은 많이 하셔야겠어요.
전국 투어 공연이 예정돼있어서 방송을 길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소녀시대가 컴백할 때까진 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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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