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할 수 없는 연기는 무엇이 있을까?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의뢰인'(손영성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리고 영화가 첫 공개됐다.
베일을 벗은 '의뢰인'은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본격 법정스릴러를 표방하는 작품으로 검사-변호사-의뢰인 3 축의 남성으로 진행되는 법정 공방 영화다. 리얼리티와 스토리의 긴장감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달려가는 '의뢰인'에서 탄탄히 이야기를 받치고 있는 인물은 배우 하정우다.


하정우는 극중 승률 99%를 자랑하는, 연예인 사건사고 등 화제가 될 만한 사건을 주로 맡으면서 즐기듯 일을 하는 자유분방한 변호사 강성희 역을 맡았다.
적당히 능글거리고 즐길 줄 아는 변호사이지만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과거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중앙지검 검사로 활약했지만 특정 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검사 배지를 떼고 변호사로 전업한 그에게는 정의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용의자 한철민(장혁)의 의뢰를 받아 패소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으로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을 맞게 되지만 조사 과정에서 점점 사명감을 갖고 용의자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다.
뺀질거리는 듯한 겉모습 뒤에 조용히 불타는 정의감.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확신을 찾으려는 변호사 강성희는 여느 평범한 미드 속 주인공일 법도 하지만 하정우로 인해 대체 불가한 흡입력을 갖게 됐다. 검사와 의뢰인 사이에서 스토리에 이리저리 방향을 비트는 하정우는 극의 긴장과 이완을 담당하면서 흥미로운 법정 싸움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간 '용서받지 못한 자', '숨', '시간', '추격자', '비스티 보이즈', '멋진 하루',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가대표', '평행이론', '황해' 등 다양한 다수의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하정우는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들에 비해 나이가 어린 편이지만 점점 장르 불문, 역할 불문의 '천의 얼굴' 배우가 되어가는 듯 하다. 국내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소름끼치는살인마였다가 한없이 불쌍해 보이는 뒷골목 인생으로. 엘리트 검사였다가 찌질한 소시민으로 측정할 수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의뢰인'에서 매끈한 수트를 차려입고 말끔하게 법정 용어를 구사하는 하정우는 전작 '황해'를 생각할 때 그 변화의 폭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하정우는 뭐든 채워넣을 수 있는 백지같은 느낌의 배우는 아니지만 어떤 역할도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계속 그 변신이 기대되는 연기자다. 하정우, 박희순, 장혁, 성동일, 김성령 등 출연한다. 2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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