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는 쪽은 떨어진다. 만약 일방적인 시리즈라도 나온다면 패자는 3위 자리도 장담하기 힘들다.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한 번의 승리가 곧 경쟁자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20일부터 사직구장에서 벌어질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 양 팀의 감독과 선수 모두 총력전을 다 할 기세다. 18일 현재 순위표에서 SK와 롯데는 게임차 없이 나란히 붙어있다. 승률 1리 차이로 SK가 2위, 롯데는 3위에 머물러 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지난 주 부터 SK와의 3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SK에 1경기 앞선 2위 자리에 있을 때에도 양 감독은 "SK와 3연전을 치른 뒤에야 2위 자리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무조건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 앞서가야 한다. 그래야 2위를 확정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SK 이만수 감독 역시 "화요일 부터 열릴 롯데전은 총력전"이라며 날을 세웠다. 양 팀 사령탑 모두 이번 주중 3연전에서 사실상 2위 자리가 갈릴 것이라 예상, 상대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왔다.

일단 선발 투수는 양 팀 모두 로테이션 그대로 간다. 롯데는 우완 고원준으로 3연전의 시작을 알린다. 20일 사직에서 벌어질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고원준은 올 시즌 33경기 8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SK를 상대로 5경기에 나서 2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4.94로 시즌 기록보다 좋지 않다. 마지막 등판인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에 맞서는 SK는 사이드암 이영욱으로 거인 사냥에 나선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4승 4패 평균자책점 4.40을 올리고 있는 이영욱은 전통적으로 롯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롯데를 상대로 6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29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만 최근 롯데와의 경기인 9일 문학 경기에서 이영욱은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또한 마지막 등판인 13일 문학 넥센전에서 이영욱은 6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내 상승세에 있음을 보여줬다.

관건은 맞대결 성적에 따른 2위 기상도. 말할 것도 없이 주중 3연전을 싹쓸이하는 팀은 2위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만약 롯데가 3연전을 모두 가져가게 되면 남은 6경기에서 5할 승부만 펼쳐도 된다. 그러면 SK는 롯데를 잡기 위해 남은 11경기에서 9승 2패를 거두어야 한다. 사실상 쉽지 않은 승률이다. 마찬가지로 SK가 3연승을 거둘 경우엔 이후 11경기에서 6승 5패만 해도 2위 자리가 확정된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는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SK를 따라잡을 수 없다. 여기서 밀려서 3연패를 한 쪽은 2위 싸움에서 밀려나 KIA와 3위 경쟁을 해야 한다.
만약 2승 1패로 한 쪽의 위닝 시리즈로 끝날 경우를 셈해 보자. 먼저 롯데가 2승 1패를 거두게 되면 67승 55패 5무가 된다. 남은 6경기에서 롯데가 3승 3패를 거둘 경우 시즌 70승을 채우게 된다. 그러면 11경기를 남겨두게 될 SK가 롯데를 잡기 위해선 7승 4패는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SK가 2승 1패를 기록하면 66승 54패 2무가 돼 남은 11경기에서 6승을 거두면 시즌 72승이 된다. 롯데는 남은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둬야만 SK를 잡을 수 있다. 결국 위닝 시리즈만 거둬도 2위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건곤일척을 앞둔 비룡과 거인군단. 결국 두 팀 모두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2위는 우승을 바라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자 통과점이다. 과연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에 성큼 다가가게 될 팀은 어느 쪽이 될 것인가. 깊어가늘 가을, 가을 야구를 앞둔 야구팬의 이목이 사직구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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