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강호동, 방송인 이전의 정체성 되찾길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9.20 08: 57

민족최대의 명절인 추석 한가위를 앞두고 체육·연예계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민속씨름 천하장신 출신인 정상급 예능 진행자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강호동이 이런 처방은 내린 것은 그의 탈세사건에 분노한 팬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속씨름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민족의 정체성과 혼이 담긴 스포츠다. 이런 씨름판에서 신화이자 황제였던 이만기 장사의 대를 이었던 강호동은 은퇴 이후 입문한 연예계에서도 '천하장사'가 됐다. 그 어느 분야보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특유의 끈기와 각고의 노력으로 공중파 3개사의 예능프로를 장악하며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했다. 또한 예능의 인기를 바탕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해 연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금포탈이라는 불미스런 사건으로 팬들의 분노를 사 스스로 날개를 접었다. 법을 어겼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제재를 받아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나 본인의 말대로 이번 기회를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잠정 은퇴 결심까지 강호동 본인 스스로도 대단히 부끄럽고 괴로웠을 것이다. 그래도 강호동은 아직까지 양심이 살아있는 연예인이다. 팬들의 들끓는 분노를 달래기 위해 잠정 은퇴라는 길을 선택했지만 정상의 자리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예계에는 아직도 뻔뻔한 연예인들이 너무 많다. 국내외의 도박판 주변을 방황하고 있는 연예인, 동료에게 상식적 도덕적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 추잡한 온갖 독설을 퍼붓는 연예인, 각종 사건 사고와 비리에 연류된 연예인 등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들에 비하면 강호동은 양질의 연예인이다. 
추석 전 한국방송공사에서 2회에 걸쳐 민속씨름 부활을 위한 특집기획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만기와 함께 민속씨름의 대명사인 강호동의 추락이 더욱 안타까웠다. 필자는 이 시대의 영원한 씨름인이자 한국 민속씨름의 대부인 황경수 감독과 호형호제하며 30여년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이만기 교수와도 같은 시절부터 교류가 있어 강호동의 소년시절부터 천하장사까지의 성장과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욱 안쓰럽게 느껴진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스포츠계 선배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조언을 하고자 한다. 강호동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자 정신적 뿌리인 씨름판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된다고 본다. 씨름판은 오늘날의 강호동을 있게 해준 초석이기 때문이다.
씨름판 역시 강호동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씨름계는 한마디로 대단히 열악하다. 민족 스포츠이면서 전용체육관은 한 곳도 없다. 물론 정부의 정책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씨름인들의 책임이 더 크다. 씨름계 전체가 단합된 모습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다.
이럴 때 강호동이 나서면 어떨까. 씨름판의 부활을 위해 씨름계의 영웅들인 황경수 감독과 이만기 교수를 비롯, 한시대를 풍미했던 이준희, 이승삼, 이봉걸, 이기수 장사 등 선후배들과 뜻을 모아 변화를 위한 기틀을 만든다면 말이다.
강호동은 연예계 데뷔 후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정신적 고향인 씨름판을 외면한 이기적 삶을 살아온 게 사실이다. 연예계에서 크게 성공한 뒤에도 씨름판은 되돌아보지 않았다. 그래도 필요할 때는 TV프로에서 천하장사 몇 회, 백두장사 몇 회라면서 씨름인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는 씨름인들의 심정은 과연 무엇을 느낄 것 인가. 
강호동이 천하장신 출신임을 자랑할 때 일부 뜻있는 씨름인들은 음지에서 열심히 새로운 씨를 뿌렸다. 그동안 불모지였던 여자씨름의 부활은 물론 풀뿌리 씨름인 초등학교의 씨름 발전을 위해 부지런히 텃밭을 가꿨다. 생활체육협의회 씨름협회는 정부의 지원을 얻어 전국초등학교 체육관에 매트를 무상으로 설치하고 사단법인 태평양아시아협회의 대학생 해외봉사단과 제휴해 극동아시아 및 동남아 약15개국에 연간 500여명의 대학생들을 파견해 우리씨름의 기술과 이론을 전파하고 있다. 강호동이 이런 사실을 알기나 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골프선수들은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골프의 발전을 위해 또한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부를 한다. 메이저리그의 프로야구 스타선수들 역시 시즌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의 부와 재능을 기부하는 연예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호동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스타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야구, 축구, 골프가 꾸준히 발전하며 국민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린이들의 우상이 계속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호동이 씨름판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자명해진다. 강호동은 이번 기회에 씨름 발전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면 돌아갈 고향이 영원히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인생이란 끝없는 어둠이 계속되는 터널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강호동에게 이번 사건은 험난한 삶의 한 과정이다. 따라서 강호동은 이번 사건을 하늘이 준 큰 선물로 생각하고 거듭되는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된다. 그러면 예전보다 더 호쾌하고 당당한 모습에 겸손한 마음을 지닌 성숙한 사람이 돼 팬들의 더 큰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김소식(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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