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길고 길었던 넥센 히어로즈전 6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보면 LG의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꺾은 넥센을 상대로 지난 6월 21일 이후 무려 3달 만에 승리였다.
LG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전에서 선발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29)의 무실점 호투와 이택근의 결승 솔로포 덕분에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승리투수가 된 주키치는 "내년에도 LG에서 뛰고 싶다"며 재계약 의사를 나타냈다.
이날 승리로 LG는 56승1무64패를 기록하며 경기가 없던 4위 KIA(67승59패)와의 승차를 8경기로 좁혔다. 반면 넥센은 승률 3할9푼8리(47승2무71패)가 되면서 다시 4할 아래로 떨어지며 최하위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오늘 경기의 가장 큰 관심은 지난 7월 31일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심수창의 선발 등판이었다. 경기 전 심수창은 LG 클럽하우스를 오가며 지난 8년 동안 함께했던 옛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 받았다. 서로가 엄살과 애교를 부리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마운드 위에서 선 심수창은 LG 시절 때보다 더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공을 뿌렸다. LG 타자들도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경기는 팽팽하게 유지되다 3회 넥센 출신 이택근의 홈런포로 LG쪽으로 넘어갔다. LG는 3회 1사 후 1번 이택근이 넥센 선발 심수창을 상대로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몸쪽에 높게 들어온 119km 체인지업을 통타해 좌월 솔로홈런을 폭발시켰다. 이택근은 시즌 3호, 통산 72호 홈런을 기록했다.
LG는 4회에도 추가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선두타자 '작뱅' 이병규의 중전안타, 정성훈의 좌전안타, 그리고 서동욱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조인성이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오지환의 강습 타구를 1루수 박병호가 잡았다 놓치며 1루에서 사는 동안 이병규가 홈을 밟아 2-0으로 앞서나갔다.
LG는 승리를 거두는데 2점이면 충분했다. 선발 주키치가 2회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김민성을 병살로 처리한 데 이어 6회 무사 1,2루에서도 강정호를 병살로 잡고 8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자 9회 송신영이 친정팀 넥센을 상대로 등판해 송지만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8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주키치는 8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여 7피안타 4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0승(6패)째를 달성했다. 주키치는 한국프로야구 데뷔 첫 해에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한국무대 성공기를 썼다. 오늘도 직구 최고구속은142km에 머물렀으나 우타자 몸쪽 깊숙하게 던진 공이 위력적이었다.
경기 후 주키치는 "뒤에 훌륭한 마무리투수 송신영이 있었기 때문에 완봉 욕심을 버렸다"고 말한 뒤"10승 했다는 의미가 크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11승, 12승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그는 또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말해 재계약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LG 구단 역시 주키치와 재계약에 관심이 높은 만큼 내년에도 LG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넥센 선발 심수창은 7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7탈삼진 2사사구 2실점(1자책)으로 선방했으나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시즌 11패(2승)째를 당했다. 심수창은 이날 최고구속 142km의 직구에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을 기록했다.
심수창도 "잘 던진 것 같은데... 아쉽지만 제 승운이 거기까지인걸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며칠 전부터 꼭 이기려는 마음에 부담이 컸는데 '네가 이기려는 악한 마음을 가지면 더 안될 것'이라는 송지만 선배의 조언에 마음이 편해졌다"며 선배 송지만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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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