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되는' 이대호, 승리가 더욱 기쁜 이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1 07: 02

야구가 자기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롯데 자이언츠 주장 홍성흔은 20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 속에 치겠다, 이기겠다는 욕심이 생기면 더욱 안 풀리는 것이 야구"라면서 "잘 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병살이 나오는 것이 야구"라며 말을 꺼냈다. 정규시즌 2위 향방을 가릴 SK와의 정면 대결을 앞두고 홍성흔은 선수단에게 "부담 갖지 말고 하던 대로 야구를 하자"고 강조했다. 잘 하려고 부담을 갖다 보면 오히려 꼬이는 것이 야구라는 것을 경험 상 알기 때문.
하지만 홍성흔의 눈에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거인 군단 4번 타자 이대호였다. 그는 "야구 선수 가운데 모두들 야구가 마음대로 안 되는데 단 한명만 야구를 마음대로 한다"면서 "이대호는 자기가 마음 먹은대로 야구를 하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이어 "이대호는 계산이 굉장히 빨라 안 될때는 (큰 것을)포기하고 안타를 노릴 줄 안다"면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선수는 두산 시절 김현수를 본 이후 이대호가 두 번째"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성흔이 놀란 부분은 이대호의 예언(?) 능력. 최근 이대호는 밸런스가 좋지 않아 고생했다고 한다. 주위에서 다 이대호의 홈런왕 경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지 염려했지만 이대호는 "그냥 안타만 치면 되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이대호는 9월 들어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9월 15경기에서 타율 5할4푼9리에 3홈런 19타점을 쓸어담고 있다. 그나마 홈런 3방도 16일 청주 한화전에서 3연타석 홈런으로 몰아친 것이다.
홍성흔에 따르면 홈런왕 레이스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냐는 걱정에 이대호는 "어차피 청주 가니깐 거기서 치면 되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대호는 자신의 말 그대로 16일 청주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 홈런 3방을 몰아치며 6타점을 쓸어 담았다. 예언이라기 보다 자신이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이대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
20일 경기 역시 이대호에겐 '원하는 대로 다 되리라'였다. 1-0으로 앞선 1회 1사 1루에서 이대호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하며 1루 주자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추가 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108번째 타점.
이어 그는 3-3으로 맞선 6회 선두 타자로 나서 송은범의 공을 공략, 사직 구장 우측 펜스를 직접 때리는 안타를 치고 1루에 출루했다. 그리고 홍성흔의 안타와 박종윤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이날의 결승 득점을 올렸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대호에게 홍성흔의 '극찬' 발언을 전했다. 그러자 그는 "아휴, (홍)성흔이 형은 항상 좋은 말만 해 주셔서 고맙죠"라며 홍성흔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내 마음대로 야구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최근 잘 맞는 것은 홈런 욕심을 버리고 가볍게 휘두르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대호가 강조한 것은 이날 경기에서 롯데가 SK를 꺾은 것에 대한 의미. 그는 "사실 오늘 이겨서 2위 자리를 되찾고 2위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것 보다는 지난 9일 8-1에서 역전패 당한 상대인 SK를 홈에서 맞아 그날의 충격을 날려 버리는 승리를 거둬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실 그날 그렇게 역전패를 당한 뒤 선수단도 충격이 있었다"면서 "오늘도 경기 막판 만루 기회를 주고 한 점차까지 추격을 당했지만 뚝심으로 이겨냈다"면서 "선수들이 그날 역전패를 씻어 버린 것이 오늘 경기의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홈런왕 보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타점을 기록하는 게 목표"라던 이대호. 그가 목표로 삼았던 "V3"가 이대호의 방망이 끝에서 나올까.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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