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전도연이 국내 스크린에 컴백했다.
사극과 현대극, 순박한 시골처녀부터 대저택의 주인 남자와 정사를 나누는 비밀스러운 하녀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며 천의 얼굴을 보여준 전도연이 이번엔 숨 쉬는 것 빼곤 모두 거짓말인 사기꾼으로 변신, 관객의 혼을 쏙 뺀다.
복귀작 ‘카운트다운’에서 전도연은 한층 강렬하고 화려한 캐릭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 ‘카운트다운’은 주어진 시간 10일 내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남자 ‘태건호(정재영)’가 미모의 사기전과범 ‘차하연(전도연)’과 벌이는 위험한 거래를 그린 액션 드라마. 전도연은 극 중 정재계와 법조계 유력인사를 동원해 30분에 170억을 모으는 미모의 사기전과범 역을 맡아 국내 영화사상 가장 치명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이번 영화를 통해 팜므파탈 캐릭터에 도전한 전도연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 연기는 물론 진한 스모키 화장과 짧은 보브컷부터 긴 생머리까지, 파격적인 스타일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영화의 볼거리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카운트다운’은 10일 내에 차하연으로부터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길이 없는 태건호의 목숨을 건 싸움을 큰 줄기로 한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서로 쫓고 쫓기며 ‘징글징글한’ 인연을 쌓아가고 그 속에서 슬그머니 싹트는 연민은 감정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두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인다.
영화 ‘카운트다운’이 독특한 캐릭터와 낯선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데는 배우 전도연과 정재영의 연기가 단단히 한몫을 한다.
특히 전도연은 남자들을 희롱하는 천연덕스러운 사기꾼의 모습부터 본능처럼 숨길 수 없는 모성애를 발휘하는 순간까지 ‘차하연’이란 인물이 가진 수천가지 모습을 러닝타임 내내 조금씩 드러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카운트다운’에서의 전도연은 마치 조금씩 각도를 비틀면 전혀 새로운 형상이 생기는 만화경처럼 신비롭기까지 하다.
차갑고 강렬한 액션으로 시작해 뜨거운 눈물로 마무리 되는 전도연, 정재영의 ‘카운트다운’. 쟁쟁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9, 10월 영화 ‘카운트다운’은 경쟁작들의 기선을 제압하고도 남을 수작이었다.
‘카운트다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쯤 관객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칸의 여왕 전도연의 연기를 국내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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