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완성도 높은 '한국형' 법정 스릴러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09.21 08: 32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결혼기념일을 맞은 남자는 아내를 위해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이른 새벽 자신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집 주변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과 소란스러운 풍경들이 여느 때와 다르긴 했지만 이토록 큰 일이 벌어졌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평소와 같이 들어선 집에서 그는 당황스러운, 아니 처절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집 안을 가득 메운 채 증거 수집에 여념 없는 경찰들과 피로 얼룩진 침대 시트. 별안간 남자는 아내를 죽인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난데없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다면, 그것도 사랑하는 아내를 죽인 파렴치한으로 몰린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한 게 아니다”고 목소리 높여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현실 속 기댈 것은 실력 좋은 변호사뿐인데 그 조차 자신의 무죄를 믿어주지 않은 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면.
영화 ‘의뢰인’은 이 같은 상황을 던져주며 시작된다. 지방 출장을 마치고 온 남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아내의 죽음 소식과 더불어 스스로가 살인자로 내몰리는 상황. 더구나 검찰 측의 기획 수사가 의심되면서 사건을 맡은 담당 변호사 역시 여러 차례 위기를 맡게 되는 등 온통 의뢰인인 남자에 불리한 형국이다.
 
영화는 무척 잘 짜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을 바탕으로 관객들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여러 의혹들이 증폭되며 많은 생각거리들과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 주연배우 하정우, 박희순, 장혁의 연기 변신. 각각 스타 변호사와 엘리트 검사, 살인 용의자 역을 맡은 이들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소화했다. 세밀한 감정 변화는 물론이고 눈빛과 목소리 톤, 심지어 동선까지 계산해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다수 등장하는 법정 용어 등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인물 간의 관계 설정 등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법정 스릴러를 완성, 충무로에 새 장을 이뤄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 충분히 볼 만한 재미가 있다.
한편 ‘의뢰인’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장혁)를 두고 벌이는 변호사(하정우)와 검사(박희순)의 치열한 반론과 공방을 그린 법정 스릴러물.
하정우, 박희순, 장혁 등 연기파 세 배우가 각각 변호사와 검사, 용의자로 분해 완벽한 삼각구도를 이뤄냈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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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의뢰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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