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올해 GG 노릴 수 있게 된 계기는…"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9.21 09: 03

"작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참여하길 잘했어요."
작년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나고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빠져나갔지만 롯데 외야수 손아섭(23)은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디토리움 객석에서 무대 위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영광의 수상자들이 인터뷰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축하해주러 왔다"고 애써 미소를 짓나 했지만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 앞서 만난 손아섭은 그 때를 떠올렸다. 당시 손아섭은 외야수 부문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현수, 이종욱(이상 두산), 김강민(SK)이 수상자가 됐고 손아섭은 박한이(삼성), 이용규(KIA), 이진영(LG), 이대형(LG)과 함께 후보로 만족해야 했다.

손아섭은 "사실 골든글러브 후보에 들긴 했지만 수상자가 되기에는 모자랐다. 그저 이대호(3루), 조성환(2루), 홍성흔(지명) 선배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간 자리였다"면서도 "그런데 외야수 부문 득표에서 내가 꼴지를 차지했다. LG 이대형 선배보다 표가 적게 나왔다.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창피했다. 자존심이 상했다"고 당시의 충격을 털어놓았다.
또 "겉으로는 웃었지만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울고 있었다"는 손아섭은 "그 때 많은 것을 느꼈다"며 "실력은 반드시 키워야 하지만 인지도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아섭은 "홍성흔 선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 때 충격이 캠프 때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아섭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이나 노는 것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풀었다"며 "어릴 때부터 그런 습관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도움이 됐다"고 스스로 뿌듯해 했다. 이어 "올해는 기회가 온 만큼 욕심을 내겠다"며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손아섭은 20일 현재 3할2푼8리의 시즌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격 부문 5위의 성적이다. 그런데 하필 외야수로는 2~4위가 모두 외야수다. KIA 이용규(.335), LG 이병규(.334), 삼성 최형우(.329)에 이은 4번째. 작년 3할6리의 타율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손아섭은 남은 시즌 경쟁에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공격 부문과 수비에서도 남은 시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아섭은 "작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가길 잘했다"면서 "올해 나를 다그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아섭은 이날도 변함없이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1회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날렸다. 그러나 계속된 공격에서 홈으로 뛰어들다 오른 발목이 뒤틀어지는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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