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아쉬운 '임재철-손시헌' 맹활약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21 13: 09

가을 잔치로 향하는 문이 사실상 닫힌 가운데 부상에 허덕이던 그들의 활약이 나왔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35)과 주장이자 주전 유격수인 손시헌(31)의 연속타자 홈런은 그래서 팬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임재철과 손시헌은 지난 20일 대구 삼성전서 4회 상대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연속타자 좌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3-3으로 맞서던 순간 5-3 리드를 가져온 홈런포였고 팀에는 올 시즌 두 번째 연속타자 홈런이었다. 상대가 박한이의 투런으로 동점을 만들며 물에 씻긴 듯 활약상도 쓸려내려간 것이 아쉬웠다.

 
특히 올 시즌 내내 이들의 활약상이 필요했던 팀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뒤 터진 연속 아치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웠다. 임재철과 손시헌은 팀 전략 상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임재철은 현재 두산 1군에서 유일한 오른손 타자 외야수 요원이다. 민병헌이 지난 시즌 후 군입대했고 2군에서 기량 성장폭이 컸던 김진형은 아직 1군 풀타임리거로 뛰기에 수비력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종욱-김현수-이성열-정수빈에 신인 정진호까지 1군 외야 요원이 모두 좌타자였던만큼 타선 구색을 위해서도 임재철이 꼭 필요했다.
 
그러나 임재철은 4월 하순 오른 발목 부상으로 전열이탈한 뒤 9월 확대엔트리 시행까지 1군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특히 부상 부위 진단마저 단순 타박상으로 오진이 나는 바람에 세 달 가까이 허송세월하기도 했다. 진짜 진단 결과는 발목뼈 충돌 증후군이었고 결국 임재철은 수술대에 올랐다.
 
그나마 확대 엔트리에 맞춰 복귀한 것도 선수 본인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 부상으로 인해 한 시즌을 그르친 임재철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겠다"라는 각오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얼마 되지 않던 출장 기회 속 뒤늦은 마수걸이포를 쏘아올렸다.
 
손시헌의 부상 공백은 더욱 뼈아팠다. 상무 복무 중이던 2007~2008시즌을 제외하고 줄곧 두산 내야 심장부를 지키던 손시헌은 지난 5월 17일 잠실 한화전서 정재원의 몸쪽 공에 갈비뼈 부위를 맞고 실금이 가는 부상으로 이어졌다. 부상 후 며칠 간 출장을 강행하다 2군으로 내려간 것이 컸다.
 
그나마도 손시헌은 부상으로 빠져있던 기간 중 상당 부분을 1군과 함께 있었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무형의 힘을 보태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나 그의 눈앞에는 대체자들의 아쉬운 모습과 팀의 점진적인 추락 뿐이었다. 그가 빠져있는 사이 그를 신임하던 김경문 감독 또한 지휘봉을 놓았다.
 
뒤늦게 복귀한 손시헌. 그러나 이미 그 사이 팀은 6~7위까지 밀려버린 순간이었다. 팀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가운데 손시헌 또한 그 부담감으로 인해 편한 표정을 짓지 못했다.
 
산술적인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마저 거의 사라진 가운데 부상으로 전열 이탈했던 베테랑과 주장이 쏘아올린 홈런포.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면 분명 희망의 가능성이 잠재했으나 현 시점에서 보면 씁쓸함이 짙게 남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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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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