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재영은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르게 호평을 받는 검증된 배우다.
우수한 흥행 성적도 자랑한다. 우수하다뿐일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 ‘웰컴 투 동막골’(800만 명), ‘신기전’(372만 명), ‘이끼’(338만 명) 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줄줄이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그는 이른바 ‘흥행 안전장치’로 통할 정도다.
‘아는 여자’의 어수룩한 소심남부터 의뭉스러운 70대 노인 이장 역까지, 180도 다른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의 내면엔 몇 개의 가면이 들어있을까’ 궁금해 질 정도다.

그런 정재영이 ‘칸의 여왕’ 전도연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액션 드라마 ‘카운트다운’으로 스크린 컴백을 앞두고 있다.
‘카운트다운’은 주어진 시간 10일 내에 자신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남자가 미모의 사기전과범과 벌이는 위험한 거래를 그린 액션 드라마. 전도연이 맡은 매력적인 사기꾼 ‘차하연’을 든든한 버팀목 삼아 자신이 가진 내공을 백분 발휘한 정재영은 이번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카운트다운’은 그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재영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뼛속 까지 사기꾼인 여자와 위험한 거래를 하는 냉혈 채권추심원 ‘태건호’로 분해 차갑고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뜨거운 부성애로 감동을 선사한다.
정재영이 연기한 태건호는 블랙홀과 같은 인물이다. 정재영은 태건호를 통해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혈한, 생에 집착하는 처절한 인간, 본능처럼 솟구쳐 오르는 부성애와 자기 회환에 사로잡힌 아버지의 모습 등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그래서 관객은 러닝타임 내내 한 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인물 때문이었다.
“신인 감독님의 작품이었지만 내용이 신선했다. 시나리오 보고 딱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드라마지만 영화 ‘아저씨’나 본 시리즈처럼 액션 위주의 영화는 아니다. 드라마에 필요한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 것일 뿐.”
정재영은 ‘카운트다운’에서 날렵하고 과감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의 말처럼 액션의 비중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만큼만 나온다. 오히려 이 영화는 그가 밀도 있게 그려내는 드라마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영화다.
“배우가 캐릭터에 뭔가를 첨가하려고하면 과해진다. ‘바르게 살자’의 캐릭터가 시종일관 웃긴다면 이번에 맡은 역할은 정반대다. 전혀 웃기지 않고 감정이 없다. 상대역 전도연 씨와도 애증관계일 뿐 사랑으로 발전하는 감정은 아니다. 액션 장면 촬영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1월 달에 촬영해 추워서 고생을 했을 뿐. 그 땐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었다. 난 남자니까 괜찮은데 민이와 도연이가 고생많았다.”
영화의 공을 자신보다 함께 촬영한 배우들에게 돌린 정재영은 전도연과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르는 아이돌 가수 미쓰에이의 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도연이와는 워낙 호흡이 잘 맞았다. 특히 민은 이번이 연기가 처음이라고 하는데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고등학생 역으로 나와서 실제로도 어린 줄 알았는데 나이를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도 순박하더라.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어색하지 않게 잘 하더라. 춤, 노래, 연기 다 타고 난 것 같다.”

‘카운트다운’은 냉탕과 온탕을 오갈 때의 저릿저릿함, 액션과 드라마의 거대한 융화가 빚어내는 전율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영화다. 이번 작품에서도 흥행 대박을 터뜨린 정재영의 전작들에 못지않게 성공의 예감이 물씬 풍긴다. 정재영,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까.
“늘 흥행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 뿐이다. 평가는 보시는 분들이 하는 부분이다. 흥행? 잘 모른다. 며느리도 모른다.(웃음) 작품을 만들 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찍는다. 흥행 성적으로 인정받기까지 기다릴 뿐이다.”
정재영이 ‘카운트다운’을 찾을 관객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전도연 씨의 변신, 그것 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돈이 안 아까울 거다.”
정재영의 연기변신이 돋보이는 영화 ‘카운트다운’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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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철 인턴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