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쟁탈전' 롯데-SK 1차전, 승부 가른 변수는 '바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1 18: 39

"어제 경기는 바람이 변수가 됐지".
21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롯데 양승호(51) 감독이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롯데는 박종윤의 결승 희생플라이와 임경완의 역투에 힘입어 SK를 5-4로 꺾고 2위 자리에 복귀했다.
양 감독이 주목한 부분은 바람. 전날 경기 전부터 사직구장엔 강풍이 몰아쳤다. 바람의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 아무래도 좌타자 입장에서는 왠만한 플라이도 바람을 타고 담장을 넘어갈 수 있지만 우타자에겐 불리한 바람이었다. 이 바람이 전날 경기의 중대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

양 감독은 "어제 최동수가 9회 친 공은 사실 바람이 아니었으면 파울이 됐을 공"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최동수는 3-5로 뒤진 9회 1사 2루에서 투수의 공에 밀려 평범한 좌측 뜬공을 쳤다. 하지만 공은 바람을 타고 심하게 움직였고, 결국 롯데 좌익수 김주찬이 잡지 못해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사실 환경의 영향은 모든 팀이 동등하게 받는 것. SK가 바람으로 이득을 본 것은 최동수 타구 하나였지만 더 많은 손해를 봤다. 우선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온 황성용이 친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뜬공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공은 계속 날아갔고, 결국 펜스를 직접 때리는 3루타로 이어졌다. 양 감독은 "그 공은 원래 쉬운 플라이볼이 됐어야 했다"며 행운이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양 감독은 2회 나온 김주찬의 추가점도 바람에 의한 안타였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처음엔 파울라인 바깥으로 나가다가 바람을 타고 안쪽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회 1사 1루에서 김주찬은 이영욱의 공을 잡아당겼으나 좌측 파울라인을 벗어날 것으로 보였다. 김주찬 본인도 처음에는 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은 바람을 타고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졌고, 결국 2루타로 연결돼 문규현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SK 입장에서 가장 뼈아팠던 것은 1회 조동화의 다리 부상. 1사 1루에서 이대호가 친 공은 2루수와 중견수 사이로 날아갔다. 바람이 없었으면 평범한 2루수 뜬 공이 될 타구였지만 거센 강풍은 공을 계속 뒤로 밀어냈다. 결국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중견수 조동화가 쇄도하며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지만 스파이크에 잔디가 걸려 무릎이 심하게 꺾였다. 결과는 무릎 인대 2곳 파열. 시즌 아웃은 물론이고 내년 시즌도 상당 시간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당시 2루수 정근우는 "바람이 강하지 않았으면 그냥 2루수가 잡을 수 있는 평범한 뜬 공이었다"면서 "그런데 공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그걸 무리해서 처리하려다 (조동화가)큰 부상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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