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이 '지도자' 이숭용에게 보내는 조언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9.22 07: 01

"일단 마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워야 돼요".
넥센 히어로즈의 '캡틴' 이숭용(40)이 18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18일 목동 삼성전에서 은퇴식을 치른 그는 내년부터 지도자가 되기 위한 연수에 들어간다.
그 길을 먼저 걸어온 명투수 출신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이숭용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김 감독은 2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숭용이와는 은퇴식 경기 후 10분 정도 둘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이숭용에게 "네가 성공하고 싶다면 선수로서의 너를 다 지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이 말하는 '선수로서의 자신을 버리는 것'은 선수들에게 자신과 같은 기준을 들이대지 말라는 의미다. 김 감독은 "선수를 가르치려면 선수의 눈높이에 맞춰야지, 자기가 해왔던 대로를 바라면 서로 간에 마음만 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은 숭용이도 스스로 잘 알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다음으로 조언하고 싶었던 것은 코치로서의 마음가짐이었다. 김 감독은 "코치가 처음 되면 하고 싶은 게 많겠지만 결국 선수가 잘 해야 코치가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코치가 의욕만 지나치게 앞서면 이를 따르지 못하는 선수들이 답답해보인다"면서 "그러다 보면 선수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보이게 되고 결국 상처받는 것은 선수들"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감독이 이숭용에게 이야기해준 것은 지도자는 선수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직시하고 맞춤 지도를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김 감독은 "그래도 내가 경험을 몇 년 일찍 해봤으니 해준 말"이라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임을 밝혔다.
김 감독의 이야기는 18시즌 동안 통산 2001경기에 출장해 통산 타율 2할8푼1리를 기록, 화려하지는 않아도 성공적인 선수의 삶을 살았던 이숭용에게 선수로서의 자신을 잊고 지도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귀한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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