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향'넥센 장영석, 노력 안에 길이 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9.22 07: 02

"투수랑 타자랑 골프를 치면 누가 더 공을 멀리 보내는지 알아요?".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취재진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김 감독은 곧 "타자가 더 멀리 칠 것 같지만 사실은 투수들의 손목 힘이 더 좋아 멀리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을 쥐고 뿌리는 동안의 손목 사용이 골프의 스윙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어 김 감독은 "그래서 투수에서 타자로 바꾸기는 쉬워도 타자에서 투수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그런데 우리 팀에 그것을 거스르려는 선수가 있다"고 안타까운 웃음을 지었다.

바로 넥센의 우완 장영석(21)의 이야기다. 올 시즌 중반 내야수에서 투수로의 전향을 선언한 장영석이 이날 투수로서의 첫 시험대에서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안았다.
장영석은 이날 팀이 3-7로 뒤진 8회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는 직구 최고구속 147km를 전광판에 찍었다. 공식 기록은 145km로 정정됐지만 2군 경기에서 최고구속 144km를 기록했던 장영석이 1군 경기의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직구 최고구속을 경신했다는 것은 투수로서의 전망을 밝게 했다. 변화구는 커브 2개, 슬라이더 1개씩을 각각 던졌다.
장영석은 선두타자 대타 이대형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1루에 빠른 견제구를 던져 이대형을 아웃시키면서 탁월한 수비 감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제구에 어려움을 겪은 장영석은 네 타자를 상대하면서 스트라이크 8개를 던지는 동안 볼 10개를 던져 볼넷 2개를 허용했다.
경기 후 장영석은 "긴장해서 힘이 많이 들어갔다"면서 "신인 때 첫 타석에 들어서는 기분이었다"고 마운드 데뷔 소감을 전했다.
장영석은 이어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내 장점은 씩씩하게 던지는 것 뿐이다. 완성도로 따지면 3분의 1에 와있다. 앞으로 남은 시즌, 마무리 캠프 등을 통해 3분의 2를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투수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그의 피칭을 지켜본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는 "오늘 좋은 경험을 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변화구 구사 능력은 좋았다. 자신감을 쌓는 게 중요하고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도 경기 후 "장영석이 오늘 첫 실전 피칭을 했는데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계속해서 노력하고 배울 것을 주문했다.
장영석이 내년 목표라고 밝힌 바 있는 선발투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두가 지적했듯 끊임없는 노력만이 살 길이다. 변화구를 손에 익히는 동안 직구를 주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균 140km에 머무는 구속도 더 끌어올려야 하고 볼을 줄이는 제구력도 키워야 한다. 모두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타자에서 투수로의 전향이라는 힘든 길을 자청한 장영석. 본인 스스로도 "아직 3분의 1에 와있다"고 밝힌 그가 올 겨울 어떤 시간을 보내고 내년 어떤 모습으로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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