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4번타자는 4번타자다.
한화 4번타자 최진행(26)이 9월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최진행은 9월 15경기에서 홈런 5방을 쏘아올렸다. 6~8월 3달간 3홈런에 그쳤던 최진행이었지만 최근 5경기에서 3홈런을 몰아치며 거포 본능을 뿜어내고 있다. 넥센 코리 알드리지와 함께 9월 홈런 부문 공동 1위.
최진행에게는 혹독한 2011년이었다.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통증을 일으키며 중도 귀국한 그는 시즌 초반 특유의 거포 본능으로 풀타임 2년차 징크스를 불식시키는 듯했다. 5월까지만 해도 홈런 10개를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찬스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월 이후 대포가 잠잠해졌다. 6~8월 53경기에서 타율은 2할8푼으로 준수했지만 홈런이 3개밖에 되지 않았다. 후반기 시작 후 23경기 동안 홈런이 침묵했다. 잘 맞은 홈런성 타구가 수차례 파울이 되는 불운도 겹쳤다. 스스로도 4할대 초반에 허덕이는 장타율을 보며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허리 통증 탓에 2년 만에 2군에 다녀오고, 4번 타순에서 제외되는 등 시련이 계속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독하게 훈련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9월부터 거짓말처럼 감을 찾았다. 9월 15경기에서 49타수 14안타 타율 2할8푼6리 5홈런 15타점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최진행이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자 한화 팀 타선도 짜임새 있어졌고 무게감이 생겼다. 한화는 9월 15경기에서 평균 5.6득점으로 활황세다.
최진행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한대화 감독도 이제는 조금 만족스런 눈치. 한 감독은 "최진행이 아무리 못한다 해도 우리팀에서 홈런과 타점은 가장 많은 타자다. 기본은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최진행은 타율 2할6푼9리 18홈런 7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타점과 함께 결승타(8개)도 팀 내에서 가장 많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7푼4리로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한다. 대포가 침묵한 와중에도 중요할 때는 곧잘 때려냈기에 가능한 성적. 기대치가 높았기에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4번타자로서 기본치는 해줬다.
어느덧 2년 연속 20홈런에도 2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20홈런은 거포에게 자존심이다. 한화는 지난 1999년부터 12년 연속 20홈런 타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최진행이 32홈런으로 팀 내 유일하게 20홈런 이상 터뜨리며 명맥을 이었다. 최진행은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해볼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화의 잔여경기는 11게임. 9월 최진행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도달 가능하지만 야구란 장담할 수 없는 운동이다. 20홈런이라는 수치보다 중요한 건 최진행의 노력하는 자세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팀 선배 한상훈은 "진행이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 친구다. 우리팀 4번타자"라고 믿음을 보였다. 명예회복한 4번타자 최진행의 2011년 피날레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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