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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강동우(한화, 당시 삼성) 이후 배출되길 바랐던 규정타석 신인 3할 타자의 꿈이 미뤄지고 말았다. 우완 임찬규(LG)와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던 호타준족 배영섭(25. 삼성 라이온즈)의 이른 시즌 아웃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배영섭은 21일 대구 두산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상대 선발 김승회의 공에 왼손등을 맞고 쓰러졌다. 한동안 고통으로 인해 일어나지 못하던 배영섭은 결국 대주자 이영욱과 교체되었다.
인근 세명병원으로 후송된 배영섭은 결국 왼 손등 중수골 골절 진단을 받고 말았다. 4주 간 깁스를 해야하며 이후 재활에 나서야 한다. 따라서 배영섭은 페넌트레이스 잔여 경기에 출장할 수 없게 된 데 이어 팀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더라도 제대로 된 실전 감각으로 출장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올 시즌 98경기 2할9푼4리 2홈런 24타점 33도루(22일 현재)의 성적을 올린 배영섭은 일약 LG 계투진의 핵심요원이 되며 9승을 올린 임찬규와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골절상을 입으며 시즌 아웃, 신인왕 판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1998년 강동우 이후 신인왕 자격을 갖춘 타자의 규정타석 3할 타율이 적어도 한 해 미뤄지게 되었다는 점. 경북고-단국대를 거쳐 1998년 삼성에 입단한 강동우는 첫 해부터 외야 한 자리를 꿰차며 123경기서 3할 10홈런 30타점 22도루로 삼성 공격의 첨병 노릇을 했다. 그 해 12승과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며 현대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된 김수경(넥센)에게 신인왕 타이틀을 내주기는 했으나 강동우의 데뷔 시즌 활약은 발군이었다.

2001시즌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신인왕좌에 오른 한화 김태균(전 지바 롯데)은 3할3푼5리 20홈런 54타점을 올렸으나 그는 규정타석 미달 타자였다. 강동우 이후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까지 달성한 신인 자격 타자는 아직 없다.
투수에 비해 신인 타자가 프로 무대에 곧바로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배영섭의 시즌 아웃은 더욱 안타깝다. 제구력을 기반으로 한 확실한 주무기가 프로 무대에서 통한다면 1군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는 투수에 비해 타자는 풀타임 시즌을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는 체력과 선배 투수들을 이길 수 있는 기교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
최근 신인 타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 꿈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들어 중고 신인왕이 많아지고 완전 신인들, 특히 타자들이 곧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
"최근 신인 선수들을 보면 한 두명의 거물이 나타나던 과거와 달리 개인 기본 기량은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 그러나 체격이 커진 반면 체력은 과거 신인들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리그 수준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신예들의 체력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타자들이 풀타임리거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체력 완비가 급선무다. 결국 체력과 기량을 키우기 위해 2~3년 가량 2군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8년 신인왕 최형우(삼성)와 2010년 신인왕 양의지(두산)는 모두 경찰청에서 2년 간 복무하는 등 입단 후 수 년이 지나 비로소 풀타임리거가 되어 중고 신인왕으로 자리했다. 지금은 당당히 타선 한 축을 책임지는 3할 타자들이지만 이들은 풀타임 첫 해 각각 2할7푼6리(최형우), 2할6푼7리(양의지)를 기록했다. 어느 순간 고비를 맞고 또 타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배영섭도 부침을 겪기는 했으나 그나마도 가장 완만한 폭의 기복을 보이며 시즌 종료 시 3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2009년 입단해 엄밀히 따지면 3년차 선수였으나 2군에서 차근차근 기량을 발전시키고 체력을 키운 뒤 첫 풀타임 시즌 규정타석 3할을 노렸던 만큼 배영섭의 타율 행보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페넌트레이스 제패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눈앞에 둔 삼성에 배영섭이 공헌한 바가 큰 만큼 풀타임 3할 타율은 그에게 신인왕좌 직행 티켓을 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아쉽게 시즌을 접게 된 배영섭은 3할 타율은 커녕 규정타석(413타석)에 미치지 못하는 384타석으로 첫 풀타임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40도루라는 개인적 목표도 신기루가 되어 사라졌다. 13년 만의 신인 타자 규정타석 3할을 기다리던 팬들이나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바라보던 선수 개인에게도 더욱 안타까울 노릇이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