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 "박석민, 넉살은 정말 최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2 07: 01

"남자가 하트를 그리며 다가오니 소름 끼치더라니깐".
21일 사직 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둔 롯데 자이언츠 덕아웃. 롯데 양승호(51)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SK 외야수 안치용이 양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덕아웃을 찾았다. 전날 역시 안치용이 롯데 덕아웃을 찾았지만 양 감독은 몸짓으로 그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양 감독은 "지난 번에 LG 출신 선수들이 덕아웃에 인사하러 오면 꼭 지더라"면서 "그래서 안치용도 못 오게 한 것"이라며 웃었다.
이날도 안치용은 결국 롯데 덕아웃에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안치용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옛 은사를 찾아갔지만 양 감독 역시 웃으며 손짓으로 안치용을 거부했다. 안치용이 민망한지 웃으며 다시 SK 덕아웃으로 돌아가자 그제서야 양 감독은 "내가 LG 감독대행 했던 2006년 안치용을 키워 보겠다고 정말 열심히 기용했다"면서 "1번 타자로 경기에 내보냈는데 여섯 타석 연속으로 삼진을 당하더라"고 말했다. "그래도 넉살이 좋아서 밉지는 않다"며 허허 웃었다.

그런데 그 넉살 좋다던 안치용보다 한수 위가 바로 삼성 박석민. 양 감독은 "박석민 같이 넉살 좋은 애는 처음 봤다"면서 사례들을 들기 시작했다.
우선 박석민은 양 감독에게 인사를 하러 올 때면 저 멀리서부터 양 손끝을 정수리에 모아 하트를 그리며 다가온다고 한다. 그 모습에 양 감독은 "남자가 멀리서부터 하트를 보내며 다가오니 팔등에 소름이 돋는다"며 팔을 걷어보였다.
실제로 박석민은 다른 팀 감독들에게도 애정을 표하곤 한다. 특히 한화와 경기를 가질 때면 한대화 감독을 꼭 찾아가 손을 잡는다. 그래서일까, 박석민은 한화를 상대로 통산 타율 3할4푼5리에 21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홈런이 69개 인것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수치. 올 시즌 역시 박석민은 한화를 상대로 타율 3할9푼3리 5홈런 15타점으로 신나게 방망이를 돌려대고 있다. 반면 한 감독은 그런 박석민을 피하기 바쁘다. 삼성과 한화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감독과 선수 사이의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박석민은 훈련을 하다 말고 꼭 롯데 덕아웃에 와서 물을 마신다고 한다. 양 감독은 "박석민이 훈련하다 말고 갑자기 롯데 덕아웃으로 다가오더라"면서 "그러더니 냉장고를 열고 물을 하나 꺼내 마시고 '아, 롯데 물 맛 좋다!'를 외치고 다시 훈련하러 나가더라"고 증언했다. 보통 넉살이 아니다.
게다가 박석민은 심심찮게 이대호와 강민호의 방망이를 몰래 가져간다고 한다. 양 감독에 따르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이대호와 강민호가 외야 멀리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으면 박석민이 슬그머니 덕아웃으로 온다"면서 "이때 주로 이대호와 강민호의 방망이를 찾아서 하나씩 슬쩍 한다"고 웃었다. 두 선수와 모두 친하기에 가능한 일.
일단 양 감독의 증언 외에도 여러 선수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8개 구단 선수 가운데 넉살은 박석민이 최고로 보인다. 그렇지만 박석민의 웃는 얼굴 뒤에는 무시무시한 방망이가 있다. 박석민은 21일 현재 타율 2할8푼9리(20위)에 15홈런(11위) 81타점(5위)으로 삼성 팀 타선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석민의 웃는 얼굴 뒤에는 매서운 타격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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