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올들어 KIA 마운드는 전고후락의 고비를 겪었다. 전반기는 최고였으나 후반기는 끊없이 추락했다. 선발투수를 앞세워 1위를 달렸지만 선발진이 붕괴된다. 더욱이 불펜진은 시즌내내 KIA를 괴롭힌 악재였다.
곽정철 손영민 유동훈 삼인방을 내세운 불펜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나마 손영민이 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연투에 지쳐 후반에는 공백기를 가졌다. 곽정철은 부상, 유동훈의 부진과 맞물려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 되고 말았고 후반기 부진의 이유가 됐다.

그래도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거의 유일하게 건진 희망은 바로 광주일고 출신의 2년차 좌완 심동섭(20)이었다. 지난 2010 신인지명 1라운드에 뽑힌 그는 허리통증으로 출발을 제대로 못했다. 남해캠프에서 갑자기 많은 훈련을 받으며 허리통증을 일으킨 것이었다.
재활조에 강등됐고 시즌 내내 2군에서 뛰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0경기 등판에 그쳤다. 겨우 확대엔트리가 시행된 9월 이후 1군에 올라와 데뷔전을 가졌다. 데뷔해 성적은 겨우 5경기 1홀드를 기록했다. 투구이닝은 고작 2⅔이닝에 불과했다.
심동섭은 좌완 중간투수의 발굴을 위해 2011 전지훈련에 당당히 포함됐다. 착실한 훈련을 받으며 프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허리통증도 없어지면서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한때는 선발요원으로 생각할 정도로 볼이 좋았다.
그는 개막후 4월10일 1군에 합류해 붙박이 1군으로 자리를 지켰다. 경기출전수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54경기에 출전해 공력을 쌓았다. 성적도 하다. 3승1패2세이브7홀드, 방어율 2.87를 기록했다. 올해 불펜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구위와 성적을 기록했다.
심동섭의 장점은 마운드에서 잡념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구종과 코스 사인이 나오면 곧바로 투구모션에 들어가 과감하게 볼을 던진다. 때문에 타자와의 승부에서 심리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등판이 잦아지면서 제구력, 스피드, 변화구 모두 좋아지고 있다. 140km대 후반까지 찍히는 직구의 힘이 좋다. 특히 포크볼의 제구력이 좋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KIA는 김정수 신동수 양현종의 뒤를 잇는 쓸만한 좌완투수를 길러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