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하정우, “40대엔 송강호처럼 로맨스 할래”[인터뷰]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09.22 17: 22

배우 하정우는 좀 특별하다. 조각 미남과는 아니지만 묘한 매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가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 되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하정우 표’ 연기.
이제껏 하정우가 연기한 인물들은 그야말로 톡톡 튀는, 현실에 있을 법하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이들이다. 영화 ‘두 번째 사랑’의 불법 체류자 지하부터 ‘비스티 보이즈’ 양아치 호스트 재현, ‘추격자’의 사이코 패스 지영민, ‘국가대표’ 입양인 차헌태 등 그는 너무나 다른 역할들로 변신을 꾀하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전도연과 함께 한 로맨스물 ‘멋진 하루’에선 헤어진 여자친구의 돈을 갚지 못해 다른 이성들에 꾸러 다니는 ‘찌질남’을 연기했음에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조병운이란 인물을 재창조했다.
치밀한 분석을 거쳐 평범한 인물에 생기를 부여하는 작업을 그는 할 줄 안다. 시나리오를 분석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다. 정말 영리한 배우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신작 영화 ‘의뢰인’으로 다시금 돌아온 그는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지난 18일 오후 손영성 감독의 ‘의뢰인’은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개최, 베일을 벗었다. 하정우, 박희순, 장혁 등 충무로 대표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던 이번 영화는 국내 최초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를 채택해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정우는 일찌감치 이번 영화 캐스팅을 확정지었다. 줄거리만 있는 시나리오였지만 역할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후문. 이에 대해 그는 “‘국가 대표’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받아들이는 시간 충분히 있었다. ‘황해’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지방 무대 인사를 돌던 시기였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잘 읽혔다. 버스에서 읽고 나서 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감독님을 만나서 얘기 했는데 사진 봤을 때 생각했던 느낌보다 외모가 스태프 같으셨어요. 다른 분들도 감독님이란 걸 모르고 조명 감독님 아닐까 이렇게 생각했다더라고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니 재밌는 분이셨습니다. 음악적 감각도 뛰어나시고요. 현장에서 좋아하는 음악들을 스피커에 연결해서 번갈아 가며 듣기도 했는데 선곡한 음악들이 내 취향이랑 비슷했어요. 재밌었죠.”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역량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영화를 완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축이 된다.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작업이었을 터.
“제일 많이 생각했던 건 줄거리 따라가는데 캐릭터 설명하는 게 없었어요. 각 장면마다 배우들이 인물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고 또 관객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들 고민해야 했습니다. (제가 맡은) 강성희 변호사의 표정이나 말투 등을 적절하게 분배해 나가면서 애드리브로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를 테면 ‘발 밟지 마세요’, ‘다쳐요’ 등이 있는데 실제 보조 출연자가 다치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죠. 이런 공간에서 허용된 애드리브 쓰고 싶다고 (감독님과) 상의하고 시도했어요.”
‘의뢰인’ 연출을 맡은 손 감독은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표현하는데 있어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다. 세밀한 부분을 직접 디렉팅하기 보다 배우들에 일임하는 스타일. 이런 까닭에 하정우는 그 어느 작품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많이 냈다. 목소리 톤, 눈빛, 동선뿐만 아니라 대사와 극중 설정까지 직접 손을 봤다. 
“강 변호사가 첫 등장하는 신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원래는 골프였어요. ‘이게 사람다울까’ 싶어 사이클로 바꿨죠. 근데 장호원(성동일)이 말을 붙여야 하잖아요. 사이클 하는데 어떻게 대화해요.(웃음) 그럼 축구로 할까 해봤더니 축구는 혼자 연습 안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씬을 분리해야 하기도 하고요. 요즘 야구가 대세이기도 하고 변호사가 야구 좋아한다는 게 더 유리할 거 같았습니다.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테니스장에서 투수 모션한 애드리브 등을 통해 연관성 이어가려고 했어요.”
그의 설명처럼 ‘의뢰인’에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배경과 캐릭터에 대한 설명 등이 빠져 있다. 인물과 감정, 상황 등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배우의 몫이 됐다.
“왜 검사에서 변호사로 왔는지에 대한 이유가 (영화 속에) 있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날아갔어요. 이걸 확인하고서 다행이었구나 했어요. 여러 장면에서 나름대로 성격을 부여했거든요. 극중 러닝복 입고 사무실에 등장하는 신이 있는데 대본에는 점퍼 설정이었어요. 어쩌면 (러닝복 입은 게) 사람다운 거 아닌가 했습니다. 모자 뒤집어쓰니 룩이 재밌기도 했고요. 법정 장면 들어가기 전까지 관객들에게 ‘깨알재미’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웃음 코드가 감독과 맞아서 다행이었죠.”
우연찮게도 그는 다수의 작품에서 남자 배우들과만 호흡을 맞췄다. 2008년 개봉한 ‘멋진하루’ 이후 자그마치 3년째다.
“제가 선택했던 영화들이 제겐 베스트였습니다.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노팅힐’이나 ‘러브 어페어’ 같은 영화들 40대 되면 꼭 해보고 싶긴 합니다. 이 때 로맨스 영화 찍으면 느낌 있을 것 같거든요. 송강호 선배도 ‘푸른 소금’ 신세경이랑 찍었잖아요.(웃음)”
한편 '의뢰인'은 시체 없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장혁)를 두고 벌이는 변호사(하정우)와 검사(박희순)의 치열한 반론과 공방을 그린 법정 스릴러물.
하정우, 박희순, 장혁 등 연기파 세 배우가 각각 변호사와 검사, 용의자로 분해 완벽한 삼각구도를 이뤄냈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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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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