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가 밥을 안 사줘서 그래요".
한화와 두산의 18차전 경기가 열린 22일 대전구장. 원정팀 두산 선수들의 훈련시간이 되자 한화 덕아웃에서 '괴물' 류현진(24)이 불쑥 등장했다. 까치발로 반대편 덕아웃을 바라보던 류현진은 누군가를 확인하고는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절친한 동기 김현수(23)였다.
팀 미팅 시간이 끝난 뒤 류현진은 다시 한 번 김현수를 직접 보기 위해 어슬렁어슬렁 3루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현수와 오랜만에 해후한 류현진은 벤치에 앉은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에게도 인사했다. 김 대행과는 2007~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본선에서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류현진을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류현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김 대행은 "현진이 너 얼굴 살 많이 빠졌다"고 한마디했다. 그러자 류현진은 "현수가 밥을 안 사줘 살이 빠졌어요"라며 곁에 있던 김현수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러자 김 대행은 "네 연봉이 얼마인데 밥을 얻어먹냐"고 지적했다.
김현수도 기다렸다는 듯 "제 연봉이 2억7000만원이고, 현진이 연봉이 4억원"이라고 목청껏 항변했다. 궁지에 몰린 류현진은 "성형 수술해서 얼굴 살이 빠진 것"이라며 애써 둘러댔다. 류현진의 궁색한 변명에 덕아웃은 한바탕 웃음바다.
김현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타격 훈련을 위해 베팅케이지로 향했고, 김현수를 괴롭히려다 도리어 당한 류현진은 쓸쓸히 한화 덕아웃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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